더 많은 존재들과 함께 살기 -‘도시의 동물’
‘인천. 공간 다시 읽기’는 인천의 도시 공간에 대한 글입니다. 인천의 도시 공간 자체나 그 안에서의 사회 현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마도 명확하게 찬반을 주장하거나 더 나은 해답을 제시하기는 어렵겠지만, 오늘날 인천에 대하여 더 깊은 관심을 갖거나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도시에서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동안에 특별히 붐비는 곳에 가지 않더라도 우리는 무수한 사람들을 마주칩니다. 아침 출근 시간에 1호선만 타더라도 많은 사람을 지나치게 되니까요. 기억을 천천히 곱씹어 봅시다. 온종일 다니면서 마주친 사람들 사이로 몇 마리의 동물을 보셨나요.
작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천만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애완동물’이란 용어는 ‘반려동물’로 대체되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키우는 동물을 사람보다 열등하고 소유물로 취급했던 관념에서 벗어나서 더불어 사는 친구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반영된 것입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이 사람과 서로 정을 나누고 가족의 일원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일명 ‘펫팸족’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고 자신들의 자녀와 함께 커가는 것을 긍정합니다. 또한, 반려동물 사람의 기준에 규율하기보다는 그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합니다.
<그림 1> 반려동물을 사람과 구분하지 않고 가족처럼 지내는 ‘팻팸족’이 늘어나면서, 자녀와 반려동물이 함께 성장하는 가정을 찾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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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반려동물과 관련한 도덕적 기준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여전히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서 사람이 얻게 되는 정서적 교육이나 치료 효과, 삶의 만족감 등의 효용을 주장하는 학문적 연구와 증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반려동물을 맞이하는 대중들은 사람이 얻는 효용을 넘어서, 반려동물이 사람과 함께 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더 나은 건강, 더 많은 체험, 더 오랜 수명, 더 많은 행복감에 집중합니다. 질 좋은 먹이, 각종 용품, 야외 활동을 위한 시장이 여러 형태로 발달하고 규모 또한 커졌습니다. 온라인 검색을 조금만 해보면, 이번 여름 휴가에 반려동물과 함께 숙박할 수 있는 호텔이나 펜션을 포털사이트와 SNS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이 사는 동안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넘어서서 최근에는 반려동물의 탄생과 죽음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제시되었습니다. 애견 샵과 같은 과거의 유통경로에 의문이 제기되고, 비윤리적인 ‘강아지 공장’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었습니다. 애견샵 강아지를 분양받기보다는 가정 분양이나 유기견 입양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또 동물장묘업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면서 사후 반려동물을 ‘폐기물’로 처분하던 과거와는 다른 방법이 마련되었습니다.
이렇게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사람들과 함께 사는 동물들이 늘어났지만, 도시 공간에서 반려동물이 사람들과 함께 있는 모습은 여전히 흔치 않습니다. 공원이나 산책로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여가를 즐기는 경우가 많아지고, 인천대공원 등 몇 군데에서는 애견 놀이터를 운영하지만, 식당, 카페, 상점, 대중 교통과 같은 도시의 일상에서 반려동물이 함께하는 것은 여전히 난망한 일입니다. 도시 공간에서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기 위해서는 서로 합의가 이루어지고 개선할 부분이 남아있습니다.
엘리베이터나 산책로에서 반려동물이 이웃을 공격한 사고가 꾸준히 기사화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이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반복되는 사고는 무척 민감하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주변 반려동물과 반려인들에게 편견이 심어집니다. 공공장소에서 펫티켓도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갈등이 빚어집니다.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에티켓, 동물을 대하는 비반려인의 에티켓 모두 잘 알려지지 않으며, 지켜야 한다는 인식도 부족합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시간과 홍보의 문제입니다.
독일은 동물 보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헌법에 명시하고, 프랑스는 동물을 사람의 재산이 아니라 ‘감성을 지닌 생명체’라고 법률로 규정하기까지 20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동물의 지위, 사람과 동물 간의 관계 설정에 대한 논의는 이렇게 어렵고 점진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불과 몇 년 사이에 애견 관련 TV 프로그램의 급증과 스타 훈련사 등장으로 반려동물의 삶이 대중에게 조명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키우는 개와 고양이를 제외하면 다른 반려동물에 대한 양육 관련 정보를 얻기도, 적절한 동물 병원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물며 반려동물이 아닌 가축, 실험동물 등의 영역은 논의가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얼마 전 모 수의대에서의 동물 학대 사건은 과거 실험동물에 대한 윤리적 의식이 얼마나 모자랐는지 보여주는 큰 사건이었습니다.
<그림 2> 지난 5월, 계양구 반려견 쉼터에서 열린 ‘반려동물 교실’. 우리는 동물과 사람 사이에 더 나은 관계를 배워야 하는 시대에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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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사람 간의 관계가 달라진 만큼,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도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지난 5월, 계양구는 인천시에서 처음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살기 위한 펫티켓, 반려동물 교육법, 의료지식 등을 알려주는 ‘반려동물 교실’을 열었습니다. 새롭게 반려동물과 함께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 더 나은 반려동물의 삶을 고민하는 사람들, 반려동물의 삶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서 이런 기회가 더욱더 많아져야 하고, 쉽게 접근해야 합니다. 지방자치단체와 수의사, 동물훈련사 등이 모여 교육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의무화가 된 반려동물 등록제도를 통해 새로운 반려동물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유도하는 체계가 갖추어져야 합니다. 현재 반려동물 등록율은 약 절반 정도 수준으로 추정되고, 고양이 등록이 시범 운영되는 동구 지역을 제외하면 강아지 이외의 동물은 등록조차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그렇지만 지자체는 이런 부분들을 보완하면서 반려인들에게 자신의 반려동물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적인 도움을 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반려동물을 만나면서 생기는 어려움에 대해 미리 대비할 수 있으며, 10만 마리가 넘게 발생하는 유기동물의 문제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반려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에티켓도 널리 알려져야 합니다. 이미 반려동물은 도시의 삶에 깊숙이 들어왔고 더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글
김윤환(도시공간연구자, 건축사)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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