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회 디아스포라 영화제 스케치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

디아스포라 영화제 속 아카데미: 난민인권운동의 작은이정표

<아카데미장소 입구>

제7회 디아스포라영화제가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진행됐다. 흩어진 사람들이라는 뜻의 그리스어인 ‘디아스포라’를 내세운 영화제는 정치적, 문화적 소수를 아우르며 다름의 가치를 성찰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올해 벌써 7회를 맞이했지만, 작년에 처음으로 영화제를 알게 되었고, 올해 처음 영화제에 방문했다. 사실 나는 영화 보는 것보다도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들어 보고 싶었다.
과거의 나는 ‘국제앰네스티’라는 인권단체에서 펀드레이저 활동을 했었다. 당시에는 인권선언문을 바탕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활동을 지지해달라 시민들에게 호소했지만, 막상 작년 제주도 예멘 난민수용에 대해 사람들의 찬/반이 양분화되었을 때,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고민되기도 했다. 늘 난민은 보호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미 우리나라 안에서 많은 난민이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난민 인권운동’이라는 단어가 더욱 눈에 들어왔다. ‘난민’도 ‘인권’도 성인들조차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단어인데 청소년교육프로그램이라니 의외였다.

<토크쇼 장소>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김세진 공익변호사가 마이크를 잡고, 난민으로 인정받은 이란 소년 김민혁군과 그를 도왔던 친구들 박지민군, 최현준군에게 질문하면 그들이 답변하는 토크쇼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김민혁군은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던 글의 주인공으로 민혁군의 중학교 친구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자신의 학급 친구를 공정한 심사를 통해 난민으로 인정해달라는 글을 올리면서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게 되었다. 당시 청원문에 따르면 민혁군이 천주교로 개종했기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가면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으며, 한국의 난민법에 따라 정당한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음에도 난민 신청은 기각되었다고 했다. 이후 다른 친구들 또한 난민에 대한 공부를 하며, 난민 문제를 계속 알렸고, 돌아가면서 릴레이 시위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민혁군을 돕기 위해 노력했다. 수개월이 지나고 결국 법무부는 민혁군의 난민 지위를 인정했고 민혁군은 현재 최초의 난민 패션모델로 살아가고 있다.
많은 사람이 ‘난민’이라고 하면 전쟁을 피해 이동하는 ‘피난민’을 생각하는데, 그 외에도 난민에는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어서 자국을 벗어나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까지도 포괄되어 있다. 이란의 경우, 태어남과 동시에 무슬림이라는 종교를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갖게 되는데 이란 형법상 개종하는 자를 배교자로 지칭하며 사형에 처한다고 되어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민혁군은 한국에 살면서 천주교로 개종했고, 이로 인해 본국에 돌아가면 생명을 잃을 수 있으므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처지라고 인정을 받아 난민의 지위를 얻은 것이다.
김세진 변호사의 말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난민 인정률이 약 30% 정도 된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은 1994년~2017년까지 난민 인정자가 약 800명 정도 되는데, 신청자 수를 고려하면 1.5%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그만큼 난민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나라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럼 왜 그렇게 난민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것일까? 민혁군에 이야기에 따르면, 난민신청제도 자체가 복잡하고 까다롭다고 한다. 예를 들어, 서류를 준비하려고 해도 요청하는 서류들이 본국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서류 확인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유를 인정받기도 쉽지 않다. 민혁군은 개종이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유였는데, 처음 인터뷰를 준비할 때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라고 해서 정말 준비 없이 갔다가, 천주교의 교리에 대한 부분이나 십계명, 외우고 있는 성경 구절 등 갑작스러운 질문에 답변하지 못해서 반려되었다는 것이다. 종교인이 아닌 이상 일반 성인도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을 중학생인 민혁군이 대답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신청이 반려됐다니 이해하기 어려웠다.
신청문제뿐만 아니었다. 현재 민혁군은 난민의 지위를 어렵게 인정받았지만, 청소년증이 발급되지 않고, 은행거래는 물론이고 핸드폰조차 본인 명의로 사용할 수 없다. 또한, 민혁군은 아직 미성년자라서 보호자가 필요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아직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해서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추방의 위험을 느끼며 하루하루 불안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민혁군의 사례는 널리 알려져서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으나 아직도 많은 난민이 제대로 된 도움조차 받지 못한 채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며 관심을 호소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체적인 여론은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너무나도 압도적으로 강하고, 난민수용에 대한 반대가 대다수를 이룬다. 김세진 변호사가 학생들에게 무엇이 가장 힘들었냐고 물었을 때도 반대하는 악플이 달리거나 없었던 이야기를 지어내서 마치 사실인 양 뿌려지는 가짜뉴스들로 인해 편견과 싸우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끝까지 함께 노력했던 것은 내 곁에 있는 나의 ‘친구’의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모든 순서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는데, 한 소년이 이렇게 말했다.

“대세가 옳은 것은 아니에요. 대세를 꼭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정말 그것이 옳은 일인가? 정의로운 일인가? 생각하면 좋겠어요.”

지금도 저 문장은 나의 마음속을 맴돈다. 정말 맞는 말이다. 많은 사람이 원하는 것이 꼭 옳은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조금 더 객관적인 위치에서 문제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난민문제도 그렇다. 대다수 사람이 말하는 것,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에 휩쓸려 그 의견에 옹호할 것이 아니라, 한 발자국 뒤에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보통 영화제라고 하면 영화만 보러 가는 줄 알았는데, 아카데미나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서 좋았다. 또한 프로그램별 주제가 있고, 사람들에게 조금 더 쉽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수 있어서 아카데미 참여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널리 알려지면 지금보다 더욱 의미 있는 영화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 같다.

글 · 사진 / 시민기자단 김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