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주호 SONG Juho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해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2019년도 10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공모로 선정된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발표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시각과 공연분야에서 활동하는 10기 입주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작업세계를 공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송주호는 공연/시각예술의 매체와 장르적 관습에 이질적인 것을 접목하여 발생하는 긴장과 유희를 추구한다. 인간의 내면에 대한 흥미를 기승전결을 갖춘 서사나 등장인물의 심리적 자기 고백이 아닌 극의 특정 현상과 인위적인 운동성을 통해 외면적으로 분석한다. 작가는 공연 제작을 위한 프로젝트 ‘디오라마 비방 씨어터(Diorama Vivant Theatre)’를 만들어, 현재 연출과 무대디자인을 맡고 있다. 디오라마 비방 시어터의 무대는 서사를 위한 배경보다는 무대 자체가 현상을 발생시키기 위한 수행적인 장치로서 기능한다. 관객은 현전이 신체가 배제된 무대배경(디오라마, Diorama)에서 연극적인 시공간의 흔적을 포착하고, 활인화(타블로 비방, Tableau Vivant)을 통해 배우의 신체성과 연출의 단서를 발견한다. 작가는 이러한 과도기적 매체와 장르의 조합을 통해 무빙 이미지의 시대에 공연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언 강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_디오라마 비방 씨어터_공연_90분_플랫폼엘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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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나는 공연 연출과 무대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으며, 동시에 영상, 퍼포먼스, 설치 작업 등 시각예술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사실 나는 영화감독이나 평론가를 준비했었다. 그런데 영화에는 다른 예술 매체나 장르와 맺고 있는 무수한 접점 때문인지, 영화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미술과 공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창작과 비평 사이의 충돌과 갈등을 겪었다. 나는 스스로 비평적으로 엄격한 성향으로, 이로 인해 창작의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현재는 작품을 구상할 때에는 비평적인 자가진단으로 인해 작품 구상을 폐기하거나 유보하는 경우를 반면교사 삼아, 나의 직관에 따라 전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예술매체/장르의 역사성과 형식에 대한 나의 관점에 거리를 두고, 작품이 놓일 공간을 마련하는 과정을 거치고, 작품을 구상한 후에는 구상과 어울리는 매체와 장르를 선택하여, 명확하고 견고한 구조를 세운다. 그리고 불명확한 형식을 포개서 불안정한 조건을 만든다. 이런 환경 속에서 내가 관찰하고자 하는 것은 배우, 퍼포머, 관객 그리고 무대의 미술적 요소가 같은 시간대 안에서 물리적 혹은 정서적으로 어떻게 반응하는가이다. 그리고 이 과정이 어떤 현상을 발생시키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징후와 모호한 내러티브의 전개 또한 발견하기를 원한다.
작품이 끝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예술에 대한 나의 관점을 작업에 대입해본다. 이는 작업과 동시대 미학이 공유하는 지점과 차이점을 발견하기 위한 시도이다. 이 과정에서 무언가 발견한다면 다음 작업에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이 과정 자체가 나의 비평의 방식이기도 하다.

Future Hands Up-봄의 제전 편_4주 연작 퍼포먼스_인사미술공간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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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이 이유는 무엇인가?
A. 
2017년 공연 제작팀 ‘디오라마 비방 씨어터(Diorama Vivant Theatre)’를 창단했다. 그 이전에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실험적 기획인 ’아카이브플랫폼‘, ’안무LAB‘에 참여하거나, 미술비평가이자 독립큐레이터인 김정현의 비평 작업의 일환인 공연 <퍼포먼스 연대기>와 전시 《아무것도 바꾸지 마라》, 《연말연시》에 반응하는 작업을 해왔다. 기획자와 협업하며 자극을 받는 것은 늘 흥미롭지만, 특정한 기획 프레임에서 자유로운 실험을 위해 ‘디오라마 비방 씨어터’를 만들게 되었다. ‘디오라마 비방 씨어터’는 디오라마(Diorama)와 타블로 비방(Tableu Vivant)을 조합한 것이다. 살아있는 무대를 뜻하는 ‘디오라마 비방 씨어터’는 기존의 연출 관습을 미학적으로 비방하고, 동시에 무빙이미지 시대의 공연 방식을 제고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연 프로젝트이다.

금지된계획(Forbidden Plan)_디오라마 비방 씨어터_공연_80분_문래예술공장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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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총 네 편의 공연을 제작했다. 1940-50년대의 SF 영화세트를 무대의 주요 레퍼런스로 둔 <금지된 계획>과 <하얗게 질리기 전에>는 현재의 컴퓨터그래픽 방식과 가장 거리가 먼 아날로그 방식을 차용하고 있으며, 배우들이 직접 스펙터클을 구현하고 재현하는 것이 곧 내러티브가 되는 수행적인 연극이다. 이 작업은 남극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며, 주제 전달의 역할을 하는 연극 대사를 없앤 자리에 공간 배경을 가리키는 인공 음향으로 대신 채웠다. 특히, 남극의 지표면이 갈라지는 크레바스 현상이 물리적으로 어떻게 작동하고 감각될 수 있는지를 공연의 현장감과 시간성 안에서 실험하고자 했다. 또한 눈보라로 인해 시야를 확보할 수 없게 되는 남극의 화이트아웃 현상을 무대의 비주얼 효과가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주고자 시도했다. 공연 후반부 무대의 크레바스에 거대한 구멍을 내어 전개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이 상황에 부닥친 배우들에게 즉흥적으로 공연을 진행하게 하여 화이트아웃 현상을 일종의 안티 내러티브로서의 개념적 장치로 표현했다. 가장 최근 작업인 <언 강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은 가상의 극장 로비를 배경으로 동명의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을 보여준다. ‘극장’이라는 장소성과 ‘관객’의 존재론에 관한 부조리극이라 할 수 있다. 나에게 공연이란 한 편의 재난과 그에 대한 대응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공연에 항상 ‘슬랩스틱 코미디’의 요소를 구성한다. 하지만 여기서 배우의 연기로 표현되는 슬랩스틱 코미디보다는 공연이라는 매체 자체가 이를 수행하도록 만든다. 이는 그 자체로 ‘사고 실험(Trouble/Thought Experiment)’을 겪는 과정이라 할 수 있겠다.

 
하얗게 질리기 전에(Before It Turns Whiteout)_디오라마 비방 씨어터_공연_65분_남산예술센터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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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인천아트플랫폼에 머물며 진행할 작업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일본과 한국의 항구도시인 모지코와 인천의 장소성을 주요 레퍼런스로 둔 영화/연극을 구상하고 있다. 올해 초에 모지코 아트플랫폼(Mojiko Art Platform)에 프리-리서치 아티스트로 참여했다. ‘아시아의 관문’이라 불렸던 모지코의 여러 공간을 답사하며, 나의 머릿속에는 “기다리다”와 “머무른다”라는 동사가 맴돌았다. 그리고 이를 정서와 감수성으로 치환하는 작업을 구상하게 되었다. 한편, 현재 입주해 있는 인천아트플랫폼의 레지던시는 공연예술과 시각예술을 뚜렷하게 구분하고 있다. 공연과 시각, 두 매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기반으로 작업을 하는 내게 이러한 구분은 ‘연옥(Furgatory)’이라는 장소성과 상징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두 항구 도시가 지닌 공간적 분위기를 연결하여 두 도시에서 발생하는 특정 현상과 운동성에 관한 작업을 진행하고자 한다.

 
퍼포먼스 연대기_공연_120분_플랫폼엘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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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예술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예술에 반영된 것이라고 보는 시각에는 많은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므로 작업의 원동력이 되는 것은 ‘반영된 현실로서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특정 문화와 사상, 구조 속에서 행동하는 사람들의 징후를 관찰하는 것과 작품을 구상하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더 작업의 계기가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게는 두 경우 모두 작업이 아니라 삶의 영감 또는 에피소드이다.

밝은 곳에 나홀로_공연_35분_문래예술공장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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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세계를 사유하는 관점과 그에 대한 훈련은 현실에서 경험하거나 감각적으로 느끼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 보다 예술의 형식이 더 실용적이고 확장된 방식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예술의 눈으로 현실을 이해하려는 방식을 지양하기 때문에 ‘따로’ 작품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극대화하려고 한다. 작품을 공개하고 공유하는 것이 사회와 공동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며 의미 있는 행동이라 생각한다. 다만, ‘가치’와 ‘의미’를 끝내 실현할 수 없는 ‘구상’이라고 말한다면 말이다.

유익한 수난_공연_45분_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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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무대를 철수하면 사라져버리는 공연 매체의 특성 때문에 공연이 끝나고 나면, 나는 매번 그리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나는 공연이 끝날 때마다 기존 공연들을 재연하는 기회를 찾고자 한다. 어떤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은지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이상적인 작품을 완성하는 것보다 작업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예술(가)의 내구성과 지구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응원세포_공연_20분_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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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