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콕콕] 몰래카메라

지난 2월에 개봉한 영화 ‘CCTV:은밀한 시선’은 몰래카메라를 소재로 합니다. 숙박 앱으로 예약한 저택에 놀러 간 커플을 누군가 CCTV로 지켜봅니다. 예고편 카피가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에서 ‘누군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로 바뀌면서 몰카 홍수 속에 사는 현대인에게 아찔한 충격을 줍니다.

1990년대 후반, 경기도 인근 모텔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브라운관TV의 화면조절 스위치를 뜯어 소형 카메라를 설치한 뒤 손님들의 사적인 행위를 녹화했습니다. 손님 대부분은 입막음용으로 거액을 내놓았지만, 협박을 받은 노부부가 경찰에 신고했고, 범죄가 들통났죠. 범인들은 ‘촬영’ 때문이 아닌 ‘돈을 뜯어낸 죄’로 처벌을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비밀촬영이 죄가 되지 않았거든요.

1997년, 신촌의 한 백화점은 여자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여성 고객을 잠재적 절도자로 상정하고 비밀리에 촬영해 범인을 잡으려고 한 겁니다. 이 일은 언론에 알려졌고 불매운동이 벌어져 백화점은 문을 닫았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몰카 처벌죄가 도입됐죠.

 
콘센트와 전자기기에 부착된 초소형카메라
출처:그린포스트코리아

모텔 객실 등에 카메라를 설치, 투숙객 천6백여 명의 사생활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한 일당이 최근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들은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영남, 충청의 10개 도시 30개 숙박업소를 돌며 셋톱박스, 콘센트, 헤어드라이어 거치대 등에 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촬영 영상을 유료사이트에 실시간 중계하는 방법으로 약 7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는데요, 경찰은 숙박업소의 TV셋톱박스, 콘센트, 스피커 등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거나 불필요하게 전원 플러그가 꽂혀 있지는 않은지 살피라고 조언합니다.

클럽 버닝썬 사건이 화제입니다. 몰래카메라, 그중에서도 ‘리벤지 포르노’가 이슈인데, 리벤지 포르노는 ‘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하기 위해 유포하는 성적인 사진이나 영상 콘텐츠’를 뜻합니다. 자기도 모르게 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고 그로 말미암아 피해를 보는 여성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몰카가 문제인데도 처벌과 대응 수준은 미미합니다. 유포된 사진과 영상을 삭제하는 일이 쉽지 않아서 ‘디지털 장의사’, ‘인터넷 장의사’ 등 생소한 직업까지 생겼습니다.

인터넷에서 판매 중인 위장형 카메라들
출처:대학내일

흔히 데이터를 삭제하면 촬영 증거를 없앨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디지털 포렌식을 거치면 압수된 저장장치의 데이터를 대부분 복구할 수 있습니다. 입증이 쉬워진 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 대한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을 들어보시죠.

Q.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어떤 경우에 해당하나요?
A.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카메라나 그 밖의 유사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신체를 촬영하는 것을 말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는 ‘카메라나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Q. 몰래 촬영을 한 뒤 저장하지 않고 바로 종료해도 카메라등이용촬영죄가 성립하나요?
A. 카메라 등 기계장치로 동영상 촬영을 하면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영상정보가 기계장치 내 주기억장치 등에 입력됩니다. 파일 저장 전이라도 카메라의 촬영 버튼을 누르면 임시저장장치에 영상정보가 입력되므로 범죄가 성립한다는 판례가 있습니다.

Q. 휴대전화에 저장된 것을 지우거나 휴대전화를 부순다면 카메라등이용촬영죄를 입증하기 어렵지 않나요?
A. 검찰은 2008년 10월부터 ‘디지털포렌식센터’에서 증거물 감정과 감식을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포렌식을 거치면 데이터가 대부분 복구됩니다.

Q. 남이 찍은 촬영물을 유포하기만 해도 처벌을 받나요?
A. 불법촬영 범죄는 촬영에 의한 피해뿐 아니라 이를 유포한 데서 생기는 고통도 큽니다. 촬영물을 유포하기만 해도 죄책이나 비난 가능성은 촬영 행위 못지않게 크다고 할 수 있죠. 대법원도 단순 유포자와 촬영자가 동일하게 처벌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Q. ‘동의’하에 촬영했으나, 마음대로 ‘유포’한 경우는요?
A. 연인 사이의 경우 합의하에 성관계 영상을 촬영했지만 헤어진 뒤 유포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때 유포자는 ‘동의하에 찍은 영상을 유포한 것이므로 문제가 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이지만, 촬영 당시 합의가 있었더라도 사후에 마음대로 촬영물을 유포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출처:대학내일

‘몰카포비아’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들에게 더욱 심각한 공포로 다가오는데요, 여전히 불법 촬영된 사진과 동영상이 온라인 공간에 유포돼 남성들의 눈요깃감으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몰카로 말미암아 사생활이 노출되고 위협받는 것은 인격을 침해당하는 일입니다.

여기서 잠깐. 몰래카메라와 불법촬영은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예능프로그램 등에서의 몰래카메라(몰카)를 선의의 특수한 목적으로 시행하는 비범죄 행위로 표현합니다. 사전에는 ‘촬영을 당하는 사람이 그 사실을 모르는 상태로 촬영하는 카메라’로 정의돼 있습니다. 다시 말해, 범죄 행위 여부를 구별하지 않는 개념입니다. ‘사건’으로 표현되는 요즘의 촬영은 엄연한 범죄 행위입니다. ‘몰카’보다 ‘불법촬영’에 가까운 것이죠.

노인일자리와 연계한 ‘몰카단속반’
출처: 한국시민기자협회

공공화장실 몰카에 대한 여성들의 걱정을 줄이기 위해 어르신들이 나서고 있습니다. 인천 부평구를 비롯해 부산 중구, 광주 서구 등에서 ‘몰카단속반’을 운영하는데요, 노인 일자리와 연계해 1석2조의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인천 부평구는 지난 3월 노인 50명을 선발해 ‘몰카제로사업단’을 꾸렸고, 이들은 지하철 역사와 공공기관 건물 등을 돌며 몰래카메라 유무를 점검합니다.

맨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환기구, 화장실 문, 비데, 화재경보기, 스위치 주변 등에 전파탐지형·램프탐지형 첨단장비를 활용하고 징후가 발견되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합니다. 전파탐지형 장비로 신호를 포착하지 못했다고 해도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렌즈 탐지형 장비로 이곳저곳을 점검합니다.

인천 남동구는 지난달 구월동 길병원 내 공중화장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몰카 단속’을 펼쳤습니다. 구는 길병원 방문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본관과 응급센터, 여성센터 건물에 있는 공중화장실 50여 곳을 확인했습니다. 구는 지난해부터 지역 내 공중화장실 몰카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며 차후에는 범위를 민간화장실로 확대해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해 힘쓸 계획입니다.

인천 부평구 몰카제로사업단이 여성 화장실에 설치된 불법 카메라를 단속하는 모습
출처 : 백세시대

글·이미지/ 이재은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설왕설래] 몰래카메라
세계일보, 2019.3.24 (자세한 내용 보기▶)
2. 끊임없는 ‘몰래카메라’ 논란, 이대로 괜찮은가
시빅뉴스, 2019.3.27. (자세한 내용 보기▶)
3. 불법촬영과 몰래카메라의 차이… 김제동 “몰카 아냐, 엄연한 불법”
국민일보, 2019.3.14. (자세한 내용 보기▶)
4. 실시간 중계까지… ‘모텔 몰래카메라’의 섬뜩한 진화
그린포스트코리아, 2019.3.20. (자세한 내용 보기▶)
5. [형사전문변호사의 이야기] 몰래카메라, 디지털포렌식으로 범죄 혐의 입증될까
농업경제신문, 2019.3.12. (자세한 내용 보기▶)
6. [이동성 법률칼럼] 내가 허락하지 않은 또 다른 시선, 몰래카메라에 대한 오해와 진실
경남연합일보, 2019.3.14. (자세한 내용 보기▶)
7. 인천 부평구, 부산 중구 등 노인 단속반 “화장실 몰래카메라 꼼짝마!”… 어르신들, 단속 나섰다
백세시대, 2019.2.21. (자세한 내용 보기▶)
8. ‘몰카공화국’이 되었는가?
경북매일, 2019.3.25. (자세한 내용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