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 헌책방 거리 속 갤러리 <살롱 드 배다리>
배다리 헌책방 거리의 길을 밟다 보니 갤러리 <살롱 드 배다리>를 마주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위치다. 갤러리는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던 주변의 책방들과 어우러져 외부에서부터 정겨운 분위기가 뿜어져 나온다. 게다가 그곳에는 공간이 지닌 특성을 살린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향기가 짙게 난다.
아트 미니 슈퍼 기획단과 사진공간 배다리, Contents Factory가 주최하는 <살롱 드 배다리>는 1전시관과 2전시관 두 곳으로 이루었다. 1전시관은 사진 공간 배다리 갤러리로, 2전시관은 ’구집현전‘서점인 헌책방 공간을 빌린 갤러리로 꾸며졌다. 두 전시관 모두 참여 작가들의 회화, 사진, 조각, 설치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다양한 장르를 감상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아트 미니 슈퍼로 진행되는 중저가 플리마켓을 통해 전시물을 소장할 수 있어서 색다른 경험이라 할 수 있겠다.
1전시관에 들어가 갤러리 모퉁이를 도니 기획자와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살롱 드 배다리>의 참여 작가이자 갤러리 기획을 한 이호진 기획자를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호진 기획자로부터 갤러리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갤러리의 외부를 보고 나서 공간에 대한 관심이 더욱이 있던 찰나에 궁금증이 이내 풀렸고 갤러리의 주제와 취지마저 들을 수 있었다. “<살롱 드 배다리>는 역사와 의미가 담긴 지역 문화공간에서 진행되는 갤러리라서 다양성을 가진 의미 있는 전시입니다. 헌책방이라는 공간이 가진 매력과 아트마켓이 합쳐져 <살롱 드 배다리>라는 갤러리의 이름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관람자는 의미있는 공간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전시물을 소장할 수 있다면 작가는 다양한 활동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갤러리입니다. 이것이 살롱 드 배다리의 취지이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장소와 취지 모두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갤러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1전시관에 들어설 때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갤러리의 조명이 흥을 돋우며 반기는 알록달록한 작품이었다. 평소에 흔히 볼 수 있는 설탕을 작품의 재료로 사용하였다. 익숙함이 특별함으로 거듭난 작품이다. 설탕 설치작품을 제작한 권보미 참여 작가가 직접 작품을 설명하고, 눈으로만 감상하던 작품을 실제로 먹을 수 있어 더욱더 흥미로웠다. 또한, 작품 속에 있는 설탕 조각을 아트마켓에서도 판매하고 있었다. 아트 마켓에서 가장 부담 없이 소장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1전시관의 벽은 대부분 사진 작품으로 채워졌다. 벽을 따라 늘어진 사진 작품들이 상상력을 생생하게 자극하였다. 사진의 색감 기법과 배경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잠시 사진 속 상황으로 인도하는 것 같다. 갤러리에 방문한 관람객들도 사진 속 순간의 감정을 함께 공유해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일상에서 한 번쯤 접하는 순간이라서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거라고 짐작해본다.
‘코디3’이라는 예명을 사용한 작가의 작품은 참신하고 재밌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역동적인 모습을 표현한 흑백 회화 작품이 밖으로 튀어나올 듯하다. 제목과 함께 한층 어우러진 기법들이 신선했다.
한 공간에 서로 다른 장르들이 모여 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평소에 전시회를 손쉽게 접하지만, 이번처럼 여러 장르의 작품들을 한눈에 볼 기회는 흔하지 않은 것 같다.
1전시관에서 나와 몇 걸음 이동해 2전시관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1전시관 보다는 소규모인 2전시관은 철사를 용접해 만든 조각 전시부터 다양한 회화 작품들로 채워져 있었다.
2전시관에서는 ‘구 집현전’서점 공간의 벽을 그대로 남긴 채 대체로 화려한 작품이 전시되었다. 이호진 기획자는 “벽이 주는 오래된 느낌과 회화가 주는 다채로운 느낌이 만나 새로운 인상을 받는다며, 정형화된 갤러리 공간보다 지역사회에서 전시를 열 때 작품의 친근감이 조성됩니다.”라고 말을 덧붙였다.
전시 환경에 따른 작품들의 구성이 효과적인 듯하였다. 집현전 서점의 벽 공간을 빌린 다채로운 작품들이 다른 장소에 설치되기만 해도 마치 새 작품을 볼 것 같았다.
기존에 우리가 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에서 아트페어와 플리마켓을 흔히 볼 수 있으나, 인천 <살롱 드 배다리>만이 가진 특성은 그들과 분명히 차별화된다. 지역 소규모 마켓으로 쉽고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람객 누구나 작가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이러한 점이 <살롱 드 배다리>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이유이다.
실제로 이호진 기획자와 계속해서 이어진 대화를 통해 <살롱 드 배다리>에 대한 주민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전시가 자주 있기를 바라는 주민들의 반응을 살펴보았을 때 <살롱 드 배다리>의 궁극적인 취지가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장르의 작품을 친근하게 감상할 기회가 흔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이호진 기획자는 주민들이 작품을 공감하고 그 가치를 이해하며 소장할 수 있는 컬렉터가 되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밝혔다.
동네 배다리 헌책방 거리에 위치한 <살롱 드 배다리>는 문화예술을 접하고자 하는 주민들에게는 더욱더 좋은 위치이다. 문화예술의 역사를 보존하고 있는 배다리 헌책방 거리를 거닐다 잠시 갤러리에서 쉬어 가는 것은 어떨까? 접근성이 좋고 소박한 <살롱 드 배다리>전시관은 앞으로도 주민들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살롱 드 배다리의 작품들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2월 23일부터 열린 살롱 드 배다리는 3월 23일까지 한 달간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글 · 사진 시민기자단 김다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