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송이 SON Songyi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해 활동할 2018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새로운 주인공들이 뽑혔습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연구와 창작활동을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창작지원 프로그램과 발표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2018 레지던시 프로그램 입주 작가를 소개합니다.

 

손송이는 철학과 미술이론을 전공하였다. 한겨울 야유회를 떠나 가상의 사회와 그 사회의 언어를 고안하여 시를 쓰는 프로젝트 <현대시작법>(2013)을 시작으로, 화(火)라는 감정의 작동기제에 관한 《이상한 가역반응》(2014)과 예술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사물들을 다룬 전시《비인칭적 삶》(2016)을 기획했다. 그리고 <분더캄머 : 동남아시아 실험영화의 방>(2016), 필리핀 두테르테 정권의 ‘마약과의 전쟁’을 다룬<보세요, 그의 눈은 진주로 변했어요>(2017) 등 동남아시아 영화를 중심으로 한 스크리닝 및 토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작년 10월에 진행한 ‘2018 플랫폼 오픈스튜디오’에서 인천아트플랫폼 9기 입주 작가들이 스튜디오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촬영한 후 편집하여 가상의 하루를 만들어 보려는 영상 <어떤 날>을 선보인 바 있다. 이는 일종의 혼성적 미술 비평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의 실험이었다.

<2018 플랫폼 아티스트> 전시전경 어떤 날_단채널 비디오, 30분, 2018

# Q&A
Q. 전반적인 활동에 대하여
A. 전시 및 상영 기획을 하고, 주로 전시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학부 때 철학 공부를 좋아했지만 다른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늘 있었다. 대학 재학 중에는 강홍구 선생님의 ‘미술사’ 수업을 인상 깊게 들었다. 그러다 졸업 후 우연한 기회로 2012년 부산비엔날레에서 ‘배움위원회’로 활동하다가, 자연스럽게 비엔날레의 교육프로그램 기획 및 진행 일을 하게 되었다. 당시 비엔날레 총감독이었던 로저 브뤼겔(Roger M. Buergel)은 전시 준비과정 전체를 부산 시민들로 구성된 ‘배움위원회’에 공개했다. 그 덕분에 여러 참여 작가들의 작업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으며, 때로는 그들과 협업해서 작업을 만들기도 했다. 그 후 현대미술에 대해 조금 더 깊이 공부를 해보고 싶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전문사 과정에 입학했다. 그 이후로 몇 차례의 전시와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Q. 대표적인 연구/기획 활동 소개
A. 보조로 참여했던 프로젝트를 포함하여 진행했던 모든 프로젝트에 애증 비슷한 감정이 있다. 그래서 대표 프로젝트로 무엇을 꼽아야 할지 모르겠다. 가장 최근에 기획했던 스크리닝은 《분더캄머: 동남아시아 실험영화의 방》(2016)이다. 태국, 베트남, 필리핀에서 제작된 실험적인 영상 작업을 관객 상호 간, 혹은 관객과 감독 간에 대화를 나누면서 보다 상호주관적이고 입체적인 방식으로 이해해보고자 했다. 그런 다음, 상영작과 감독에 관한 정보, 해당 국가의 사회 정치적 상황, 토크 녹취록, 영화 리뷰 등을 엮어 단행본으로 출간하였다. 이 책은 동남아시아 실험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부산 시내 공공도서관과 일부 대학 도서관, 영상 관련 기관 내 자료실에 소장되어 있으며 몇몇 온라인 및 오프라인 서점에 입고되어 있다.

 
분더 캄머: 동남아시아 실험영화의 방(Wunderkammer: Room of Southeast Asian Experimental Films)_상영 및 출판기획_2016

복잡한 시점과 방향성을 취하며 작동된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잠정적 완충지대로서 전시를 구성할 필요가 있었다. 살과 피와 생각의 회로가 끓어오르는 순간, 말하자면, 화에 너무도 몰두한 나머지 다른 판단을 할 여지가 없어지는 그 순간에 우리 스스로 그 감정 자체를 잘 설명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분노라는 감정은 본질적인 자아를 무너뜨리고 흩뜨려놓는 이성적 통제 밖의 영역으로, 자신에 대한 타자의 개입이 극적으로 드러나는 한 장면이다. 이 전시는 그 한계지점을 노출하는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노출된 한계지점은, 만연한 분노나 적의의 감정이 고정된 실체를 가진 이항구도와 처벌의 기제로 환원되는 것을 경계하게끔 하는 어떤 기점이 된다.

<이상한 가역반응(Strange Reversible Reaction)> 전시 기획_B104갤러리,_2014

Q. 연구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대학 재학 중에 조한혜정 선생님의 ‘지구촌 시대의 문화인류학’이라는 수업을 들었다. 그 수업에서는 매주 정해진 주제에 따라 ‘쪽글’을 써야 했다. 예민하게 자기 주변을 관찰하고, 자기 생각을 글로 정리하여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일은 살아나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훈련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주로 음악을 들으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편이다. 음악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듣는다. 아트플랫폼에 머물며 신포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차밍요가’ 수업을 규칙적으로 들으며 뭔가를 해나갈 체력을 키워나갔다. 이 수업에서는 트로트나 유행 지난 가요들을 크게 들으면서 에어로빅과 요가, 체조, 춤, 런지와 플랭크 등을 자연스럽게 모두 할 수 있다. 이러한 획기적이고 유연한 결합에서 배우는 바가 많다.

 
분더 캄머: 동남아시아 실험영화의 방(Wunderkammer: Room of Southeast Asian Experimental Films)_상영 및 출판기획_2016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예술은 그 자체로 어떤 위계나 권력 구조를 내재화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예술작품에 관한 개인의 주관적인 입장들 각각이 다르고 의미가 있으므로, 미적 판단에서는 어떤 합의에 이르기가 불가능하다는 식의 극단적인 상대주의에 관용적이지도 않다. 감각적인 요소들, 미술사적 맥락, 작가의 의도 등 작품 감상 시 고려 가능한 요소들을 자세히 살핀 다음에 그 작업이 성공적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판단을 이끌어낸 과정이 충분히 논리적이라면, 타인들과 공유 가능한 어떤 잠정적인 미학적인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의 궁극적인 의미는 ‘자유’를 새로이 정의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이때 ‘자유’란 허공에 발이 떠 있는 기분 같은 것이 아니라, ‘-로 부터의 자유’, 즉, 벗어나거나 넘어설 기존의 무언가를 상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세요, 그의 눈은 진주로 변했어요  Those are pearls that were his eyes. Look!  (co-organized by Neo Maestro)> 스크리닝 & 토크_인천아트플랫폼_2017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앞으로의 일들은 아직 잘 모르겠다. 어디서 뭘 하든 되도록 내게 없는 것을 있다고 부풀려 말하지 않으면서 담백하게 살고 싶다.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