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콕콕] 또 하나의 기적
수학에서 1 더하기 1은 2입니다. 사회, 경제적 현상에서는 어떨까요? 하나 더하기 하나가 숫자 2로 딱 떨어질 수 있을까요? 메디치 효과(medici effect)는 1+1=2가 아닌 1+1>2의 혁신과 변화를 설명합니다. 각기 다른 분야의 요소들이 결합할 때 각 요소의 에너지 합보다 더 큰 에너지를 분출하게 되는 경우를 이르죠.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2015년에 개봉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은 수학자, 고전학자, 언어학자, 과학자 등 전문가들로 팀을 꾸려 독일 해군의 암호 이니그마(Enimga)를 해독할 수 있는 콜로서스(Colossus)를 제작합니다. 이를 통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연합군의 승리로 이끌죠.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인문학과 이공학의 교차점에서 소설을 집필해 본인만의 장르를 개척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개미』, 『나무』, 『인간』, 『파피용』 등에는 작가의 과학적 사고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건축가 믹 피어스(Mick Pierce)는 전기가 부족한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에 ‘에어컨 없는 시원한 쇼핑센터’를 지었습니다. 흰개미 집 환기 구조를 건축에 적용하여 섭씨 40도가 넘는 아프리카에서 서늘한 온도를 유지하는 건물을 완공한 겁니다.
흰개미 집은 바닥에 있는 구멍에서 산뜻한 공기가 들어오고, 더운 공기는 위로 빠져나가는 시스템입니다. 하라레의 쇼핑센터는 실내온도 24도를 유지하는데 크기가 비슷한 다른 건물에 비해 에너지 소비량은 적습니다. 전기는 85%, 가스는 87%, 물 사용은 28%나 감소시킨 겁니다. 아프리카 흰개미를 연구하는 생물학자와 환경주의 건축가가 그동안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에너지 절약 체계를 만들어낸 거죠.
흰개이집(좌)과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 구조(우)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
다양성이 핵심이자 주요 키워드가 된 현대사회에서 융합과 혁신은 필수입니다. 이미 ‘메디치 효과’를 적용했거나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죠. 디즈니와 나이키 등의 글로벌 기업에서는 서로 다른 부서의 팀원들이 한 공간에 모여서 일합니다. 디자이너와 수학자가 뒤섞여 앉는 경우도 있고요. 프라다폰은 LG전자와 프라다가, 아르마니폰은 삼성전자와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만나 혁신을 이룬 사례입니다. 전자 회사와 명품 디자인 회사가 손잡은 거죠.
슈베르트가 1815년에 작곡한 ‘마왕’은 괴테의 시에 곡을 붙였습니다. 이전의 가곡에서 피아노는 단순 반주 역할에 불과했으나 ‘마왕’에서는 말발굽 소리, 천둥소리 등으로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표현합니다. 시와 노래, 반주의 섬세하고 긴밀한 연결을 추구한 거죠.
메디치 효과는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에서 유래했습니다. 메디치가(家)는 14세기부터 17세기까지 약 350년 동안 피렌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끼쳤는데요, 세 명의 교황(레오 10세, 클레멘스 7세, 레오 11세)을 배출했을 뿐만 아니라 혼인을 통해 프랑스와 영국 왕실의 일원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미술, 음악, 건축, 문학, 철학 등 여러 방면에서 학문과 예술에 대한 후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미켈란젤로를 양자로 받아들여 세계 최고의 예술가로 길러냈으며, 갈릴레이 갈릴레오를 후원해 천문학 발전에 기여하기도 했습니다. 메디치가에 모인 예술가, 철학자, 과학자들은 자기 분야의 벽을 허물고 저마다의 재능을 융합했습니다. 창조적 역량이 커지면서 르네상스라는 역사적 전성기를 맞이하기도 했고요.
『메디치 효과(medici effect)』의 저자 프란스 요한슨은 효과적인 창조와 통섭을 위한 7가지 실천을 제안합니다. 내 안의 벽을 허물고,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배우며, 기존의 가설을 뒤집어보고, 여러 각도에서 상황을 바라봅니다. 일부러 불편한 환경을 조성해 해결책을 찾도록 노력하고, 그 선에서 뜻밖의 통찰력을 발견하거나 기발한 생각을 만납니다.
저자는 다수의 아이디어를 쏟아내라고 제안합니다. 베토벤은 650곡을, 피카소는 천8백여 점의 유화, 천2백여 점의 조각, 1만2천 점의 드로잉을 완성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248편의 논문을 썼고, 에디슨은 천 건 이상의 특허를 신청했고요.
한상형 칼럼니스트는 메디치 효과와 같은 창의성을 생각하는 방법중 하나로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을 소개합니다. ‘역설계 과정’이라고도 하는데 훌륭한 프로그램이나 신제품이 나오면 완성품을 해체해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분석하는 일을 뜻합니다.
초등학교 미술 시간 이야기입니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목장 풍경을 그려보라고 한 뒤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의 그림을 칭찬합니다. 그런데 한 아이의 스케치북은 백지상태 그대로네요.
“넌 어떤 그림을 그린 거니?”
“풀을 뜯는 소의 그림이요.”
“그런데 풀은 어디 있니?”
“소가 다 먹었어요.”
“그럼 소는?”
“선생님도 참! 소가 풀을 다 먹었는데 거기 있겠어요?”
한 씨는 아이의 ‘백지 그림’을 소가 풀을 뜯어 먹은 후 사라진 완성된 작품으로 설명합니다. 역설계, 즉 거꾸로 되짚는 과정에서 새것의 실현과 가능성을 꿈꿀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인문학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됩니다. 한때의 유행이 아닌, 필요로서의 공부가 된 겁니다. 기존의 학문과 서로 다른 분야의 조합이 가져다줄 신선한 결과에 대한 기대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겠죠. 진정한 혁신을 원한다면 특정 분야만 키울 게 아니라 다양한 학문과 문화 사회적 요소들이 함께 성장하고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사회경제, 문화 예술, 그리고 교육에서도 메디치 효과는 삶을 자극하고 긍정적 변화를 유도하는 유용한 도구가 됩니다. 좀처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 최고의 결과물을 탄생시킵니다.
2019 뉴스 큐레이션,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글·이미지 이재은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서로 다른 것이 만나 만드는 융합과 혁신 ‘메디치 효과’
기획재정부 블로그, 2018.11.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2. [카드뉴스] 전혀 다른 두 개가 만나 이룬 하나의 기적 ‘메디치 효과’
브릿지경제, 2017.3.1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3. 음악이 보인다! 보이는 클래식!
우버人사이트, 2018.10.17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4. [칼럼] 연결과 융합, 해체와 분석으로 창의성을 발휘하라
한국강사신문, 2018.4.1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5. 서로 다른 존재들의 융합이 만들어내는 시너지 ‘메디치 효과’
시선뉴스, 2016.6.1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