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과 함께, 책으로 소통하는 서점
인천서점의 문이 열렸다. 아트플랫폼 H동 1층에 큰 창을 통해 묵직한 구조물이 들어앉은 모습을 오며 가며 지켜본 이들은 궁금해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 꽤 긴 시간을 비워놓은 공간에 서점이 들어오려 한다는 사실은 참 놀라운 사건인듯했다. 더군다나 ‘인천 책’을 수집하고 판매하는 독립서점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사람들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대게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인천 책’이라니 기뻐했고, ‘인천 책’이라니 걱정했다. 지역 출판사에서의 활동을 바탕삼아 기획자의 꿈을 키워오던 필자는 이러한 반응을 일찌감치 예상했었다. 상반된 두 가지의 반응은 운영자 입장에서는 정말 감사한 일이다. 모두 인천서점 대한 애정에 기인한 참모습임을 알고 있기에. 반반의 민족답게 기대 반 걱정 반을 온몸으로 받으며 한편으론 너무나도 과분한 관심 탓에 급격하게 자신감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이 모든 것이 순간일 뿐이라는 재빠른 결론을 짓고는 이내 정신을 차렸다. 그러자 말해야 할 것들이 분명해졌다. ‘인천서점’은 어느 능력 있는 혹은 뒷배가 두둑한 한 개인에 의해 탄생한 곳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인천서점 전경과 내부 |
‘인천서점’의 대표인 필자는 문학을 전공한 전공자도, 소위 말하는 텍스트 중독자도 아니다. 그저 짬이 날 때면 책 읽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80년대 생으로 인천에서 나고 자라서 어쩐지 인천에 대한 애정이 평균보다 조금 더 많은 1인일 뿐이다. 대학 시절 지역 출판사에서 아르바이트 삼아 일 배우던 것에서 이어져 인천서점을 오픈하기까지 이르렀다. 일을 배우던 출판사에서는 일 년에 크게는 2~3번, 작게는 4~5번의 출판기념회를 열곤 했다. 신문사와 협업으로 제법 규모가 큰 책을 만들기도 했고, 지역 활동가나 작가의 작품들, 전공 분야에 대한 책을 출판했다. 간간이 인쇄 전에 원고나 사진을 보기도 하면서 책 속에 담길 이야기에 흥미로움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렇게 책이 세상에 나오면 출판사에서는 행사장에서 책을 구매한 개인이나 단체에 택배 발송으로 책을 보낸다.
대형서점에 납품하는 것을 시도해보기도 하지만 지역의 소규모 출판사는 마케팅이나 홍보를 전담할 인력이 없기도 하고, 구매력 없어 보이는 책을 대형 서점의 서가 한 켠에 꽂는 일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어렵게 대형 서점에 들어간다고 해도 주문량이 없으면 어느새 스리슬쩍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것이 지역출판의 한계다. 그렇다 보니 종종 저자나 책을 출판하는데 기여한 관계자에게 볼멘소리를 듣는다. ‘서점에 갔더니 책이 없더라, 인터넷 서점에서도 왜 검색이 안 되냐’ 하는 그런 말들이었다. 그런 현실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다. 반면에 지역의 이야기를 출판하는 곳임을 알고 직접 찾아오신 분들은 ‘이런 좋은 책들을 왜 여태 모르고 살았을까….’ 껄껄하시며 시원섭섭한 웃음을 보이셨다. 도리어 그런 분들은 자신들이 간직하고 있던 인천에 대한 소중한 자료들이나 오랜 서적을 아낌없이 보여주기도 했다.
인천서점의 내부모습
‘인천서점’은 인천의 이야기를 담은 책, 인천 작가들의 책을 판매하고 전시하고 이야기하는 서점이다. “책의 시대는 끝났다”고 하지만 그런데도 책을 손가락으로 꼭꼭 집어가며 넘기는 그 손맛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세상엔 취향이 제각각인 사람들이 수천만 명이며 그렇기에 개성 있는 독립서점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지 않은가. 판매량으로만 따진다면 ‘인천서점’은 변변치 못한 서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곳에 가면 인천을 이야기하는 책들이, 인천의 모습을 담은 책들이 있다. 대형서점에서 보기 어려운 지역의 책이지만 인천서점에서는 만날 수 있다, 인천 책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인천서점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난생처음 인천이라는 지역에 와 정착하여 살아갈 사람도, 인천 토박이지만 정작 인천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어서 알고 싶은 사람도 어디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바로 ‘인천서점’이 그런 분들의 친구가 되어드릴 것이다.
이제 서점의 문을 연 지 열흘이 되었다. 오픈 행사에서 받은 관심에 비하면 아직도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자면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여러 바람이 마음과는 다르게 거창하게 보이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인천서점은 한 사람의 능력만으로는 만들어질 수 있는 공간은 아니다. 인천의 책에 관한 이야기라면 이곳에 와 주인장에게 귀띔해줄 수도, 좋은 책은 서로 추천하며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동네 책방이자 인천책의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라본다. 그래서 ‘인천서점’은 판매도 하지만 전시에도 집중하려 한다. 쉽게 만날 수 없는 귀중한 자료들을 만나고, 이것을 재구성하여 새로운 콘텐츠로 재탄생할 일이 생길지 누가 알겠는가. 알다가도 모를 우리네 인생처럼 오늘도 인천서점의 새로움을 기대하며 활짝 문을 열어본다.
인천서점 윤승혜 대표
글·사진 윤승혜 (인천서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