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문학의 이론과 창작의 접목, 김진섭 『생활인의 철학』
1920년대 잡지 해외문학을 통해 외국문학을 본격 소개한 해외문학파의 한 사람인 청천 김진섭의 두 번째 수필집이다. 독문학을 전공한 김진섭은 번역과 평론을 중심으로 문필활동을 했지만, 수필의 개념과 특징, 의의 등 한국 근대 수필문학의 이론적 토대 구축은 물론 이를 실제 창작으로도 작품화한 수필문학가로서도 독보적이다.
이 책은 일상적이고 신변잡기의 제재나 주제를 중후하고 사색적인, 호흡이 긴 문장으로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김진섭 수필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저자에게 수필가로서 본격적인 지위를 얻게 하고 문명(文名)을 떨치게 해준 책이기도 하다. 이 수필집에는 총 32편의 글이 실려 있는데, 이 중 21편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신문과 잡지에 쓴 것을 재수록한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하고 잘 알려진 글은 한국전쟁 후 오랫동안 교과서에 실린 안톤 슈나크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과 표제작이 된 「생활인의 철학」이다. 장정과 앞뒤 표지 안쪽의 그림을 한 사람이 아닌 송병돈과 김영주 두 사람이 담당했다는 것도 이 책이 가진 매우 독특한 점이다. 1949년 3월 1일 선문사에서 발행된 초판본으로 총 213쪽으로 되어 있다.
글·사진 함태영(한국근대문학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