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를 나란히, 발을 맞추고, 희망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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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기 내 그림이다!” 8월 5일 토요일, 인천아트플랫폼 G동 전시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서로 자신들을 닮은 그림들을 찾아낸다. 노숙인들의 자존감 회복과 재활을 돕기 위해 기획된 ‘어깨동무 인문학’의 참가자들이다. 낯선 그림 속 익숙한 얼굴, 참가자들은 모두 자신이 가장 잘 나왔다며 자랑을 멈추지 않았다. 인문학을 통해 영화, 음악, 미술 등을 만날 수 있는 8주차 수업이 끝나고 마련된 이번 전시는 ‘어깨동무인문학’의 참가자들과 꾸물꾸물문화학교, 인천예술고등학교의 학생들이 함께 준비했다. 2인 3각 경주를 하듯 서로 다른 상황에 놓여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기에 ‘2인 3각 전시회’라는 이름을 가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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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진행한 한신대학교 공주형 교수는 프로젝트를 기획한 의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주거 빈곤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노숙인 참가자들에게 미술이 어떠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고민했어요. 사실 미술은 먹고 사는 문제와는 큰 관련이 없잖아요. 이 수업을 통해 스스로 변화를 겪는다 하더라도 사회에 나가 타인을 만나고 관계를 가지게 되면 더 큰 좌절을 겪을 수도 있겠다는 고민이 있었어요. 이분들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그 변화를 누군가가 인정해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고민을 풀어내는 방법으로 청소년들과의 협업을 떠올렸어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주변을 돌아볼 기회가 적은 청소년들에게도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 되겠다고 생각했죠.”

참가자들은 자화상을 그렸던 화가들(반 고흐, 프리다칼로, 렘브란트 등)의 생애와 작품들에 대한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며 자화상을 그렸다. 수원에서 진행되는 수업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어려웠던 인천 학생들은 참가자들의 사진을 보고 초상화를 그리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불편해도 괜찮아」 책을 함께 읽기도 했다.

전시는 참여자들이 직접 그린 자화상과 학생들이 참여자들의 사진을 보고 그린 초상화, 수강생들이 만들고 꾸민 종이 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화상은 자기 자신에 대한 것으로 혼자서도 그릴 수 있는 그림이지요. 초상화는 내가 다른 사람과 만나는, 이웃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고요. 마지막으로 집을 만들어보는 작업을 통해 공동체를 이루는 것까지 확장해보고 싶었어요.”

참가자들의 자화상들 가운데는 긴 머리에 여자 옷을 입은 초상화도 있었다. 공주형 교수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과 참가자로 그 작품을 꼽았다.
“어머니를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참가자가 그린 그림이에요. 어머니가 원망스러우면서도 그리운 마음을 담아 그림을 그렸다고 해요. 자화상을 먼저 그리고, 그 위에 긴 머리와 옷을 입혀 엄마의 초상화를 만든 거죠.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면서 파마 머리도 그려보고 여자 옷도 입혀보면서 엄마의 모습을 상상해봤을 테죠. 수업에 참여하면서 얼굴 표정이 점점 밝아지는 분이 있고 어두워지는 분이 계신데, 가장 많이 어두워진 참가자이셨어요. 본인이 방임하고 직면하고 싶지 않았던 문제들을 이제야 마주하게 된 것 같아요.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살면 오히려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 이런저런 생각들, 고민해야만 하는 문제들을 생각하면 심각해지잖아요.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서는 어머니가 건너야 할 산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마지막에 손편지를 통해 고맙다고 인사를 해주셨어요. 글을 모르시는 분이라 다른 분한테 대필을 부탁한 것 같아요”

참가자들은 직접 자신의 그림을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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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에요. 저도 사업을 하다가 지인의 배신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죠. 살아온 과정이 순탄치가 않았어요. 상처받은 제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피눈물을 그렸어요. 그리고 몸통은 나비의 모습으로 그렸어요. 나비가 인고의 시간을 거쳐 탄생하잖아요. 저도 그러한 시간을 지나왔기 때문에 이제는 나비처럼 훨훨 날아보고 싶어서 그림을 그려봤어요.(어깨동무 인문학 강철수)”

5“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싶었어요. 누구에게 평가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편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지요. 얼굴 위에 세 줄짜리 피눈물을 그렸어요.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갔었는데, 일반 사병과 다르게 육사생도는 계급장이 세로로 되어있어요.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가는 시점에 퇴교를 당했어요. 진급하지 못한 아쉬움을 피눈물을 흘리는 모습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미술을 배울 수 있어서 좋은 기회였습니다.(어깨동무 인문학 양광모)”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빛이 인상 깊어서 이 분의 사진을 선택했어요. 반짝반짝한 눈빛이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림을 그릴 때도 눈을 마지막까지 그리지 못하고 신경을 썼어요. 실제로 이 분을 만나서 작품에 대해 설명을 드렸는데, 그분도 사람을 볼 때 눈빛을 중요하게 생각하신다고 하더라구요. 예전에는 거울을 보면 스스로 눈이 흐리멍텅하다고 느꼈는데, 요즘에는 삶의 생기를 찾으면서 초롱초롱하고 맑은 눈빛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좋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림을 좋아해주셔서 저도 뿌듯하더라고요.(꾸물꾸물 문화학교 김나연)”

“예고 학생들은 입시미술을 공부하면서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미술을 해왔어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모르는 사람들과 미술을 통해 새롭게 관계를 형성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제가 그린 분은 사진 속에서 어색하게 억지로 웃고 계신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한 번도 제대로 웃어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굳은 표정으로 웃고 계셨죠. 조금 더 부드럽게 웃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다시 그려드렸죠.(인천예고 2학년 김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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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속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상황에 놓인 채 각자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고 관계하며 살아간다. 서로를 외면한 채 앞만 보고 달려간다면 부딪히고 넘어져 상처입기 마련이다. 하지만 넘어져도 잡아주고, 힘들어 지쳐도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것이 2인3각 경주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듯, 모든 사람들이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발을 맞추면 희망을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다. 예술을 통해 발맞추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어깨동무 인문학’의 시도가 소중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글 / 시민기자 김진아
사진 / 시민기자 민경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