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재밌게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추르추르판판 인터뷰>
인천은 지리적으로 서울과 인접하고 교통이 편리하다. 이것은 문화적으로 봤을 때 다양한 문화를 소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인천에서 ‘문화’를 이야기하면 자연스럽게 서울을 떠올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천에서 문화 활동을 위한 씬(Scene)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
“우리나라 문화예술활동이 서울에 유독 집중되어 있잖아요. 근데 생각해보면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서울에 자리 잡은 것은 아니에요. 대부분 가까운 인천, 경기도에서 사는 사람들이 올라가거나 아니면 지방에 올라와서 자리를 트는 사람이 많아요. 서울의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 중에 물론 서울 사람들이 있지만, 인천 경기도 사람들도 있잖아요? 그렇게 생각해보면 중요한 것은 그곳에 누가 있기보다 거기서 누가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다들 그곳에 흥미로운 무엇인가가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인천에도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고 이곳을 좀더 조명해보고 싶었어요.”
추르추르 판판의 진나래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말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다. 태어나고 자란 인천사람들의 동질감이랄까. 인천에서 새로운 씬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추르추르판판팀과 그들의 프로젝트 <새러데이 인천>에 대해 알아보자.
안녕하세요. ‘추르추르판판’ 팀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사실 ‘추르추르판판’은 추르추르가 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아우르는 이름이에요. 현재는 <새러데이 인천> 프로젝트를 진행 하는데, 인천 예술가들을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하고 그들의 공간을 소개하는 독립출판형 관광잡지를 제작해요.
<추루추르 판판 팀>구성원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추르추르판판’은 제가 대표로 있는데, 박가인, 이지혜, 최수진 씨와 만나 <새러데이 인천> 팀을 꾸렸어요. 일단 박가인 작가는 <새러데이 인천>에서 인터뷰와 사진을 담당하고 있고 여성과 가부장적 제도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으세요. 이번에도 이주민 패션매거진 펀딩도 진행하셨어요. 최수진 씨는 개인 작업 활동을 활발히 하시는데 주로 문화예술행정과 기획 쪽으로도 일을 해오셨어요. 여기서는 주로 에디터로서 참여하고 계시고요. 마지막으로 이지혜 씨는 디자이너이자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계세요.
저희들은 각자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개별적으로 만났지만 다 연결이 되었어요. 예를 들어 가인 씨와 수진 씨는 저랑 인천에서 활동하니깐 자주 보던 사이에요. 지혜 씨는 인천에 살지는 않지만 가인 씨 작업을 할 때 디자인을 도와주면서 소개를 받았어요. 그러면서 <새러데이 인천>을 같이 한 거예요. 저는 이 프로젝트의 총괄을 맡고 있고요.
추르추르판판 <새러데이 인천>프로젝트팀 발족식 |
<새러데이 인천>외에 ‘추르추르판판’ 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추르추르판판’은 작년에 출판사 등록을 올해부터 조금씩 활동하고 있어요. ‘추르추르’에서 는 출판을 담당한다면 판판은 스튜디오에서는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려고 하죠. 이곳에서 기획도 하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뭔가 자신을 내어 볼 수 있는 게 있으면 좋겠어요. 추르추르 프레스에서는 주로 종이책을 제작하고 있고 굿즈가 되었으면해요.
‘책이 굿즈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은 어떤 의미인가요?
요즘에는 좋은 굿즈에 책을 끼워 팔게 되는 경우도 꽤 있는 것 같더라고요. 안타깝게도 책 자체만으로는 소비가 안 되니까 굿즈가 메인이고 책이 부록으로 딸려와서 판매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책을 굿즈처럼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책을 신성시하는데, 책이 무겁게 다가오기보다는 가볍게 소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직도 책이 마음의 양식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인식이 바뀌어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어요. 5-6천 원 짜리 커피는 잘 사 마시지만, 같은 가격이라도 책은 잘 보지 않잖아요. 사람들이 마시고 먹을 때 쉽게 사듯 책도 쉽게 소비하고 친숙해졌으면 좋겠어요.
추르추르판판은 커피테이블북처럼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다.
출판물 <피아노를 위한 소곡>에서 편안한 그림체는 책에 대한 작가의 마음을 반영한 것 같다.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하고 계시는데 인천의 예술가를 대상으로 잡지를 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제가 서울과 경기도에서도 여러 활동을 했어요. 대부도에 경기창작센터와 창동창작 스튜디오, 인천아트플랫폼 등 여러 곳을 다녔는데, 경기나 창동은 왕복으로 6시간 걸리거든요. 매일 길에서만 대 여섯시간을 버리는 거예요. 여러 곳을 다니면서 내가 문득 ‘왜 이래야 할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어요.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인천에 사는 작가들은 꽤 있어도 같이 작업을 할 수 있는 씬(Scene)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인천에 작가들이 많은데 씬이 없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인천에 사는 작가들이 이곳을 내가 활동하는 곳이라고 생각 안 하고 계속 외부로 나가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왕 집 근처에서 활동할 기회가 많아져서 제가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고, 이러한 활동들이 커져서 인천의 씬이 조성되었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더 조명되고 더욱 다양한 씬이 생겼으면 해요. <새러데이 인천>도 이러한 저희 바람이 녹아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고요.
출판물 <새러데이 인천>
추르추르판판이 출판물 <새러데이 인천>에 담으려는 예술가의 기준이 있나요?
기획 회의를 할 때도 이 부분이 제일 어려웠어요. 정말 마음 같아서는 많은 예술가를 담고 싶었지만, 중철로 제작하다 보니 몇몇 분들만 소개할 수밖에 없었죠. 작가 한 명 소개할 때마다 서너 페이지 지면이 차지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호에는 시각예술 분야에 계시는 분들만 다루고 있어요. 시각예술에도 많은 작가분들이 활동하시는데, 첫 회라 제가 잘 아는 작가들 중심으로 하게 되었고요. 앞으로도 여러 장르의 작가를 지속해서 다루고 싶고 매 회마다 7~8명씩 소개하고 싶어요.
<새러데이 인천> 내지 시안
<새러데이 인천>의 내용은 어떤 식으로 구성하실 계획이신가요?
현재 팀까지 포함해서 7명 정도 생각하는데 우선 작가소개를 최대한 많이 다루려고 해요. 인터뷰 내용은 조금 가벼워요. 그들의 작업소개와 지역에서 활동한 이유를 물어보고 활동하는 공간이나 자기만 아는 공간을 소개해달라고 하기도 해요. 작가와 관련된 것 외에 인천의 관광도 담으려고 생각 중이에요. 일반적인 관광잡지가 아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관광지는 아니에요. 예를 들면 인천에서 공장지대가 관광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천만의 미감이 녹아있죠. 이처럼 작가들이 자기가 섭외하고 싶은 장소를 선정해서 저희가 담아내고 있어요.
소개받은 장소도 직접 방문하시나요?
다 아는 지역이라 방문까지는 아니지만 필요하면 찾아가죠. 근데 예상처럼 잘 나오지는 않더라고요. 의외였어요. 제 생각으로는 인천에 특별한 곳이 많이 나올 줄 알았는데, 작가들은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부분을 콕콕 집어서 이야기해 주시더라고요. 근데 그것이 오히려 솔직하게 다가와서 담백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자유공원의 LED 다리를 소개하시는 거예요. 근데 생각해보면 뭔가 인천스럽기도 한 것 같더라고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관광지는 어떻게 다루고 계시나요?
동화마을을 소개해주신 작가님도 계셨는데 처음에 어떡해야 하나 싶었어요. 근데 작가가 소개하는 맥락은 완전히 다르니깐 괜찮겠다 싶었죠. 아, 백인태 작가님은 본인이 다니는 조 깅코스를 소개해주셨는데(웃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새러데이 인천>에는 다루지 못했지만, 꼭 널리 알리고 싶은 인천의 예술가를 추천한다면요?
저는 시각예술분야 이외의 분들을 추천하고 싶어요. <오늘도 평화로운>의 백승기 영화감독이나 김찬기 감독님이요. 또 음악 하는 이권형 작가님. <올해의 작가상 2018> 수상자 옥인콜렉티브팀, <Make up Dash, 꾸밈노동 메이크업>을 선보이고 계신 치명타 작가님을 소개하고 싶어요. 승기 감독님은 영화계에서 많이 알려지긴 하셨지만, 대중적으로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흥미롭게 보았던 것이 찬기 감독님과 승기 감독님 영화였던 것 같아요. 예상지 못한 줄거리가 정말 좋고 재미있어요. 권형 씨는 인천 로컬 담론의 의미를 고민하고 실천하시는 싱어송라이터인데 안티 젠트리피케이션 활동도 굉장히 많이 하셨어요. 치명타 작가님은 최근에 인천에 오셨는데, 사회적 이슈를 담은 메이크업 영상을 찍으시고 계세요.
특정 소비자를 염두에 둬서 <새러데이 인천>을 제작하셨는지 궁금해요.
만약 타켓팅을 했을 때 독자의 취향이 우리가 하는 취지와 거리가 멀면 아예 할 수 없잖아요. 비록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적어도 문화예술과 인천에 관심 있는 일반인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분들에게 인천의 문화예술을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매개체가 되면 좋고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사람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곳 근처에 이렇게 잠재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좀 알게 됐으면 좋겠어요. 우리 근처에 재미있는 예술가들이 많이 있고, 그들의 활동이 더 많이 소개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취지이고 목표에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새러데이 인천>은 아직 두 작가 정도만 샘플페이지처럼 나와 있어요. 이제 나머지 작업을 진행해서 12월에는 인쇄본으로 제작할 계획이에요. 매년 새로운 작가들을 소개할 수 있는 지면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츠루츠루판판은 앞으로 좀 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창작물을 제작하고 싶어요. 종이책뿐만 아니라 출판이라는 영역을 확장하는 거죠. 세상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좀 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창작활동을 계속할 수 있기를 바라요.
<새인천 환타지아>인천의 캐릭터들을 편집하여 만든 새인천 캐릭터 이미지 |
<새인천 마스코테 네오>인천의 캐릭터들을 편집하여 만든 캐릭터 조형물 |
인터뷰 진행·정리 / 김지연
사진 / 정책연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