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생애전환 예술특강 <전환을 위한 삶의 방법>

10월 18일 목요일 오후 7시, 인천 중구 제물량로에 있는 카페 까미노에서는 특별한 특강이 열렸다. 바로 생애전환 예술특강으로 2018년 10월 4일부터 시작하여 12월 22일까지 총 13주간의 커리큘럼을 가지고 매주 목요일마다 진행된다. 과학과 의료기술의 발전에 따라 우리의 평균 수명은 이전보다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이제는 환갑잔치라는 말이 어색할 정도로 여든을 넘기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하나 여전히 정년과 은퇴를 맞이하는 시기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다. 불가피한 경우가 아닌 이상,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살아온 만큼을 더 살아야 한다. 40년도 넘게 살았는데, 생을 더 사는 것이 뭐가 어렵고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평생 해온 일들을 그만두거나 자식들이 모두 장성하여 부모의 품을 떠난 후에 겪는 시간을 어색하거나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어떻게 보면 2회차 인생의 시작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앞으로의 시간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누구에게나 어렵다. 가족들로부터 눈을 살짝 돌려, 자기 자신을 바라보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이상하리만치 어렵다. 그런 사람들에게 제 2의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마련한 특강이 바로 <생애전환 예술특강>이다.

어디에 가도 이제 막내라는 칭호가 조금 어색하지만, 그날 그곳에서만큼은 확실한 막내였다. 나의 부모님과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7시 정각이 되기 전부터 천천히 자리를 채워갔다. 카페 까미노는 1층과 2층으로 구성된 공간이다. 1층은 좋은 커피향기가 나는 카페공간이었고 2층은 소회의실과 스터디룸이 함께 있었다. 이날은 3주 차 강연이 있는 날이었는데, ‘민중의 소리’에서 일하고 계시는 ‘이완배’ 기자가 이날 강사로 오셨다. 강의 제목은 ‘경쟁을 넘어서는 연대와 협동의 가치’이다. 경제와 관련된 특강으로 알고 있었는데, 강연 시작에 앞서 강사님은 경제학에 관한 지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제 관념의 재고’를 위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강연하는 시간에는 어떤 권위나 나이, 직책, 성별 등을 버리고 평등하게 보내는 시간이라는 말 또한 덧붙였다.

특강은 ‘경쟁’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강사님은 자녀들을 교육하는 방법을 찾다 보니 어른들이 성과중심으로 아이를 키우고,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자신이 배웠던 방법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소통과 본인의 생각이 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칭찬으로 얻는 성과들. 경쟁에서 이기라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살아가는 학생들. 이 나라를 움직이는 아이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요소가 바로 돈과 권력, 그리고 보상이라는 것이다. 

‘메기효과(Catfish Effect)’란 강한 경쟁자로 인해 활동수준이 높아져 전체 분위기가 활성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오래전 북유럽 사람들이 환경에 예민한 청어를 운반하기 위해 찾은 방법에서 파생된 효과다. 동서를 막론하고 문명이 생기기까지는 대략 7000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한다. 그 7000년간 사회를 이루고 문명을 이루면서 어떠한 사회에서도 깨지지 않던 불문율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서로 돕고 사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작은 공장들이 생기더니 그 불문율이 깨지고 만다. “돕지마, 너희끼리 경쟁해서 승자와 패자를 갈라봐, 승자는 살고 패자는 죽게 될 거야.”

 

이렇게 경쟁이 주류를 이루면서 확실히 경제는 눈에 띄게 발전했다. 80년대, G.E(General Electric Company)의 잭 웰치 사장이 도입한 하위 성과자 10%를 해고하는 ‘10% 룰’은 실제로 비약적인 성과를 냈다고 한다. 인간을 자원으로 보고, 경쟁을 유도하여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사회 이념들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 시대에는 그런 생각들이 필요했을지 모르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조금 다르다는 것이다. 옆 사람을 불신하고 질투하게 된다. 아이들은 자신이 무얼 원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인정받기 위해서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야 하는 이 통념들만을 몸과 머리로 익혔다. 사람을 점수나 어떠한 잣대로 평가하고 등급을 분류할 수 없지만, 아이들은 19살이 되면 성적에 따라 등급이 매겨진다. 이런 경쟁 시스템이 당연하게 자리 잡을 수 있던 이유는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을 무의식적으로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고 여기고 자신이 더 아래라고 여기게 되는 ‘경쟁의 신격화’ 때문이라고 한다. 경쟁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하는 생각. 과연 성공과 승리는 무엇일지 의문이 들었다.

강사님은 과연 경쟁은 인간을 효율적으로 만들어줄까? 라는 질문은 아직도 논의되는 문제라고 하며, 모든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호모 에코노미투스’라는 단어를 던져주었다. 검색해보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해 자신에게 최대 이익이 되는 것만을 선택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말에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든 주지않든 이라는 말이 생략되어있지는 않을까. 모든 인간은 이기적이다. 인간은 태초에 매우 경제적이지도 협동적이지도 않고, 그 어디 중간쯤에 있었으나 대체로 협동적으로 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생각이 요즘 경제학의 방향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생애전환 문화예술특강의 방향은 새로운 창업이나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세상과 사회, 그리고 나의 삶을 똑바로 다시 바라보고 나의 가치를 세우는 것이다. 이런 방향에 맞춰 3주 차 특강은 협력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가 되었다. 큰 가시고기는 무리 앞에 항상 보초가 선다. 목숨을 걸고 보초를 서는 그 물고기는 동료가 자신을 따라오지 않으면 절대 앞으로 가지 않는다. 강사님은 나의 굴레를 깨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거나 모험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내 옆에 좋은 친구가 있을 때라고 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동료를 모으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내가 살아본 적 없는 삶을 가늠해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27살의 나로서 함께 특강을 들었다. 강의 시작 전, 경제학 이야기라고 해서 겁먹은 내게 ‘정말 재미있을 거예요’라고 말해주신 담당자님의 말씀처럼 3주 차 특강은 너무나 멋진 이야기들로 넘쳤다. 글로 모두 담을 수 없어 최대한 줄이고 줄였지만, 나는 속으로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한 문장이라도 놓칠까 봐 메모장에 빼곡히 줄글을 남겼다.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있다. 이 세상에 사람이 한두 명도 아니고 여럿인 이유는 사람이라는 존재가 절대로 혼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람의 가장 큰 힘은 함께할 때 나오지 않을까. 경쟁을 이용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이루어 냈다. 그런데도 우리가 모두 풍요롭지는 않다. 더군다나 행복한 사람은 더더욱 적어지고 있다. 7, 80년대를 몸소 살아온 우리 부모님 세대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경쟁이라는 시스템. 시대에 따라 의식이 바뀌고 경제적 노동방법도 바뀐다. 두 번째 삶을 살아가는 여러분들이 성공적으로 생애전환을 이루기 위해 잠깐 멈추어 세상을 들여보고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급하지 않고 천천히 자신을 돌아봤으면 했다. 정말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하고, 어떤 방법이 앞으로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지. 이 13주간이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그리고 나는 분명 그런 시간이 될 것을 고작 2시간 만에 확신할 수 있었다. 생애전환뿐만 아니라 청소년과 청년들을 위한 특강도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이런 특강이라면 발 벗고 달려가 다시 눈을 빛내며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

글 사진 / 시민기자단 이은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