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아지트 ‘미추홀구락부’로 초대합니다. 조각가 김길남
인천문화재단은 2015년부터 문화예술 기부캠페인 ‘아트레인’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인천문화통신 3.0에서는 인천의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기부자인 아트레인의 탑승자들을 차례로 만나보고자 합니다. 이번 인터뷰는 인천문화재단의 6기 이사진 중 한분이자 인천에서 창작 활동 중인 김길남 조작가과 함께 합니다. 재단 운영에 참여하는 이사진이면서 아트레인의 후원자인 김길남 작가는 자유공원 인근에 거주하며 ‘미추홀 구락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천 문화예술의 또 다른 거점인 ‘미추홀 구락부’에서의 대화를 시작합니다.
Q. 간단한 소개와 근황을 부탁드립니다.
A. 인천에서 나고 자랐어요. 한국전쟁 당시 평양에서 피난 온 부모님께서 인천에 정착하며 신흥동에서 3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고등학교까지 이 근방에서 다니고 인천에서 미술교사 생활과 대학에서 전임 활동을 했었고, 대구에서 잠시 있었네요. 그리고 줄곧 인천에서만 있었고, 인천에서 작업하고 생활한 사람입니다. 우리 인천에 참 훌륭한 선후배 예술인들이 있었어요. 이미 작고하신 분들도 많고, 활동의 반경을 서울로 옮겨간 분들도 많아서 함께 했었다면 힘이 되었을 텐데 좀 아쉬운 면이 없잖아 있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족하지만 어쩔 수 없이 맡아야 하는 일들을 하면서 제 개인 작업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혼자 하는 작업에 익숙한 예술인인데, 어쩌다보니 예술의 공공적 성격에 따른 옷들도 입고 있어요. 단체나 협회의 운영에도 관여하고 있고, 재단의 이사로도 참여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함께 하는 게 아직도 어색하긴 합니다. 그런 차이의 한계에서 왔다 갔다 하며 살고 있는 생활인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Q. 인천에서 줄곧 살아오셨는데요. 어린 시절 기억 속의 인천과 지금의 모습에는 어떤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A. 이 동네만 보자면 동인천 역사를 제외하고는 크게 변한 지점은 없는 것 같아요. 덕분에 이 지역, 이 일대 공간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없는 힘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우리가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공간이 주는 힘은 세트를 아무리 만든다고 해도 완벽히 흉내를 낼 수가 없거든요. 이쪽에서 학교를 나왔는데, 동네 골목골목마다 제 흔적들이 다 남아있어요. 공부보다도 몸으로 움직이고, 운동하는 걸 더 좋아했던 것 같네요. 특히나 이 일대 중에서도 인천제일교회는 저의 아지트나 다름없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큰 기계가 많지 않던 시기였다보니 리어카에 흙을 담아서 옮겼는데, 교회 증축하고 공사하는 흙의 1/3은 제가 다 퍼날렀어요.(웃음)
Q. 인천의 문화와 예술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고 싶은데요. 지역에서 꾸준히 창작활동을 해 오신 입장에서 인천 문화예술의 현재는 어떻게 보고계신지 궁금합니다.
A. 지속적으로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서울이 너무 가까이 있다 보니 인천의 발전이 더디다는 이야기입니다. 긴 세월의 흐름을 보면 인천은 근대 문물이 들어오는 관문이자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는 출발점이었어요. 그런데 서울을 중심으로 한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인천의 가치가 저평가되고 경제, 문화, 사회 등 모든 측면의 투자가 미약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역은 그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 있어야하는데, 우리는 계속해서 서울과 비교를 하다보니 그 부분이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게 사실이에요.
지금 인천을 언급되는 이미지들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대다수입니다. 좋은 이미지로 가시화할 수 있는 이미지보다 아프고 상처받은 역사와 문화들이 주를 이루죠. 굳이 부정할 필요는 없지만 이런 이미지가 계속해서 인천을 대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 인천의 인구 분포나 도시의 성장 속도를 보면 뽑아낼 수 있는 키워드가 굉장히 많습니다. 인천이라는 도시는 이미 복합적이고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도시가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도시의 규모나 경제 성장 사이즈에 비해 문화예술은 턱없이 부족해요. 예술대학도 없고, 미술관도 없습니다. 그나마 인천문화재단이 생기긴 했지만, 여전히 문화예술의 토대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Q. 최근 들어 시민들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문화예술 공간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아요. 운영 중인 이 공간 ‘미추홀구락부’도 그런 맥락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 같은데, 공간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송도에 살다가 2년 전에 이 동네로 이사를 왔습니다. 자유공원을 가다가 들어오거나, 차이나타운과 조계지 부근에서 산책을 하다가 오는 사람도 있어요. 주변 풍경과는 조금 색다른 분위기를 궁금해하며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미추홀구락부’라는 이름은 자유공원 아래쪽에 있는 제물포구락부에 빗대어 지은 이름인데, 제물포구락부가 예전 사람들의 사교의 장이었다면 지금 이 곳은 현대인들이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사실 이 공간은 인천에서 사진 작업을 하셨던 부친의 자료들을 보관하며 사진박물관을 준비하려던 공간입니다. 행정적으로 해결이 좀 어려워서 사용하지 않는 공간으로 놔두다가 2015년 4월부터 카페로 운영하며 생활하고 있어요. 이 공간 일대는 역사적 가치가 굉장히 농축된 지역이에요. 문화예술콘텐츠가 보다 풍성해지면서 지역의 예술인들이 모이는 곳, 시민들이 편안히 즐길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Q. 재단 이사로써, 재단이 진행하는 문화예술기부캠페인 아트레인에 탑승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인천의 문화예술을 위해 아트레인 사업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했으면 하는지 궁금합니다.
A. 인천문화재단의 모금사업은 당연히 해야 하고, 꼭 필요한 사업입니다. 아직 초기 단계다보니 관계자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널리 알리는 일이 필요한 것 같아요. 문화재단에서 나오는 각종 홍보물이나 책자에 아트레인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조금 더 넓혔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현금과 현물 기부뿐만이 아니라, 예술인들에게는 작품이나 재능의 기부, 시민들에게는 자원봉사 등의 기부도 적극 활용해야 할 것 같아요. 반드시 금전적 기부만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시민들이 재단 사업에 자부심을 갖고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형태, 참여하는 사람들이 즐겁고 기분 좋게 함께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을까요? 얼마 전에 인천아트플랫폼에 생활문화예술센터가 오픈했는데, 그런 공간에서야말로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지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무더운 여름날 장시간 동안 인천 문화예술에 대한 고민과 우려, 재단의 사업 방향과 앞으로의 기대를 들려주신 김길남 작가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앞으로의 창작 활동을 응원하며, 문화예술의 또 다른 거점이 될 미추홀 구락부를 기대합니다.
미추홀구락부
연락처 : 032-817-4521
영업시간 : 오전8시~오후10시
위치안내 : 중구 내동 2-29, 성공회내동교회에서 송학로 19번길을 따라 홍예문 위쪽에 위치
인천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아트레인의 탑승자를 찾습니다. 인천문화재단 문화예술 기부 캠페인 아트레인은 인천 시민 모두에게 열려있습니다. 개인 혹은 법인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며, 기업 후원의 경우, 기업의 경영철학과 사회적 책임 실현을 위한 사회공헌 사업을 문화예술로 함께 만들어드립니다.
아트레인 참여 문의 : 인천문화재단 기획홍보팀 032-455-7114, artrain@ifac.or.kr
정리 : 인천문화재단 기획홍보팀 주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