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스 하가그 Lamis HAGGAG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해 활동할 2018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새로운 주인공들이 뽑혔습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연구와 창작활동을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창작지원 프로그램과 발표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2018 레지던시 프로그램 입주 작가를 소개합니다.

 

라미스 하가그는 이집트 국적으로 카이로와 토론토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올해 6월부터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하여 작업하고 있다. 그녀는 이집트 헬완 대학(Helwan University)에서 학사학위를 받고 캐나다 캘거리 대학(University of Calgary)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작가는 습관적인 구속이 인간에게 끼치는 정신적 영향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비자나 지원서 등과 같은 오늘날의 여러 문서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제한하고, 인간으로서의 우리의 이야기를 얼마나 축소시키는 지에 주목한다. 작업을 통해 문서, 신체나 벽, 구조와 프레임 그리고/또는 여러 사회적 규제에 대해 비판한다. 동시에 외부의 공공적인 요소와 내부의 정신적인 요인을 분리하기 위해 특정 공간을 구분하고, 그 안에 제반 제한 조건들을 파고든다.

작가는 인천아트플랫폼에 머무는 동안 인천아트플랫폼 주변에 남겨진 파편들을 주목하고자 한다. 인천아트플랫폼의 장소와 위치, 사람들이 듣고 목격한 이야기들과 사건들이 인천아트플랫폼을 규정한다고 생각한다. 지역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공간 구조를 연구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서 작게는 인천아트플랫폼에서 더 나아가서는 중구라는 공간적 범위에서 주목받지 못한 채 지나치는 것을 기록함으로써 그에 생을 불어넣고자 한다.

How do I look on paper?_Jasmine tree, proximity sensors, servos, fishing wire, plexiglas and Arduino_2017

#현재 전시 소개
라미스 하가그 작가의 개인전 <모호한 세계로(Towards a More Ambiguous World)>가 인천아트플랫폼 창고갤러리에서 8월 10일(금)부터 8월 19일(일)까지 진행된다. 작가는 6월부터 8월까지 인천아트플랫폼에 머물며 작업한 결과물을 전시를 통해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2017년부터 진행해온 <How do I look on Paper?> 시리즈의 두 번째 프로젝트로, 인천시 중구라는 지역에 관한 두 개의 인터렉티브 설치 작업을 보여준다. 첫 번째 작업에는 작가가 아트플랫폼 주변에서 마주쳤던 장면을 강화도에서 생산한 한국 전통 직물인 ‘소창’에 그려냈다. 이와 더불어 지역주민들에게 직접 전해 들은 이야기를 관람객의 목소리에 반응하는 유리병의 물을 통해 재해석한 작업을 함께 선보인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작가는 개인이나 집단, 특히 이번 전시의 경우 중구라는 지역을 기억하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모호한 세계로(Towards a More Ambiguous World)> 전시포스터   <모호한 세계로(Towards a More Ambiguous World)>전시 설치 전경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나는 주로 사회구조를 비판하고 사회구조가 어떤 식으로 인간을 규정하는지 고찰하는 작업을 해왔다. 2016년~ 2017년에 캐나다 이민 준비를 하면서 이 주제에 대한 작업을 시작했다. 당시 나는 수많은 사람이 이민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민국의 정량적 평가 절차에 의해서 탈락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때부터 이와 관련한 세부사항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절차상 소외되는 것에 관심을 두었다. 2017년 베를린에 소재한 레지던시에 입주했을 때 이를 작품으로 처음 제작했다.
나는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먼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기록한다. 이것은 리서치이자 동시에 작업의 시작이다. 이후 다양한 정보, 아이디어, 시각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실험하며 수집한다. 이 과정에서 시각 이미지 그리고 더 나아가 제목도 함께 떠올리기 시작한다. 그런 다음에는 결과물의 연결고리를 찾아 만들고, 작품 구현에 필요한 기술적인 부분은 스스로 연구하거나 누구로부터 도움을 받아 제작한다.

 
 

The Wall_installation_Gezira Art Center, Cairo, Egypt_2014

Q. 대표적인 작업 소개
A. <How do I look on paper>라는 제목의 연작은 나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사람들과 그들의 주변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다. 모두 인터렉티브 작업이며 자연과 기술의 결합을 다루고 있다. 나의 창작과정과 배경은 주변을 관찰하고 자료를 읽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지역과의 연결 고리, 또는 역사와 관련된 추억 등을 기록한다. 너무나 일상적이기 때문에 기록하지 않고 간과되곤 하는 이야기들을 포착하고자 노력한다. 나의 작업을 설명하는 가장 핵심적인 개념은 ‘개인적인 또는 인간다운 재현’이라고 할 수 있다.

How do I look on paper?_Jasmine tree, proximity sensors, servos, fishing wire, plexiglas and Arduino_
Steam Centre, Railway City Arts Crawl, St. Thomas, Ontario, Canada ©Stephanie Carter_2017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나의 예술적 사고에 영향을 미친 문학작품은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이방인’이다. 마치 죽음이나 사형 과 같이 인생의 엄청난 일이 얼마나 부조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작가의 시선에 감명받았다. 예를 들어 주인공의 기억을 구성하는 세부적인 서술과 말하는 것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서 얼마나 생생하게 남아있는지 비롯하여 처형을 앞둔 그들을 현실에서 벗어나게 하는 요소처럼, 책에서 보여주는 일련의 방식들은 나의 예술적 사고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El-Oda (the room)_243x243x366cm_Interactive installation_2013

 

나의 작업의 원동력이 되는 것은 ‘불의’이다. 불의는 내 안에 존재하는 분노를 느끼게 하며, 연결하지 못했던 많은 지점을 연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나는 이런 지점들을 연결하여 그곳에 존재하는 패턴을 발견한다. 나에겐 아직 실현에 옮기지 못한 두 가지 프로젝트가 있다. 하나는 <How Do I look on Paper>과 같은 주제의 퍼포먼스로, 인천에서 지내는 동안 좀 더 구체화하고 싶다. 다른 한 가지는 대중을 통해 버려진 건물을 되살리는 커뮤니티 기반의 프로젝트이다. 그러나 아직 이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한 예산과 건물을 구하지 못했다.

 
How to become transparent: a series of 6 attempts_04:20, Video performance_2015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나는 나의 작업이 비평적이면서도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만큼 교묘하게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침투하기를 원한다. 예술이란 단순히 보고 지나치며 감탄하는 대상이 아니라, 대화를 촉발하고 새로운 생각과 골칫거리를 도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315(part 2)_230x150cm_interactive installation_2014

Q. 앞으로의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나는 연작의 연장선에서 더 많은 작업을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 그러고 나서 작업들을 한 공간 안에 엮어 자신의 모든 감각을 동원해 작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예를 들어 관람객이 작품을 만져보거나 냄새를 맡고, 그 사이를 걸어 지나가거나 곰곰이 생각해보는 보며, 작품을 서로 엇갈리게 하거나 심지어 자라는 것을 지켜보기를 바란다. 나의 작업이 완결된 형태 자체보다는 변화하는 일련의 과정이 되길 원한다.

 
How do I look on paper?_Jasmine tree, proximity sensors, servos, fishing wire, plexiglas and Arduino_2017

나의 목표는 작업이 그 자체로 경직되지 않게 다양한 시선을 겸비하는 것이다. 나는 아무런 제한이 없는 나만의 개념들을 복제해두고 싶다. 가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오긴 하지만, 적어도 그렇게 시도해보고 싶다. 나는 계속해서 적극적으로 실험하는 작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The middle ear is 30 centimeters behind the scene_video collaborative performance_2015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