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식’은 수 없이 많은 오해들의 합이다.” – 프로젝트 그룹 ‘멜팅다츠’
“우리의 ‘인식’은 수없이 많은 오해들의 합이다.” – 프로젝트 그룹 ‘멜팅다츠’
‘멜팅다츠’는 연출, 극작, 무대 디자인, 음악 등 서로 다른 4가지의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프로젝트 그룹으로 인천아트플랫폼에 3개월(2017년 6~8월) 간 단기 입주 작가로 들어오면서 인천과의 첫 만남을 시작하였다. 리더인 연출가 이수은은 15년 넘게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본인이 느낀 ‘인식’에 대한 선입견과 ‘한국인들은 이럴 거야’라는 외국인들의 편견에 대해 작업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모임 ‘멜팅다츠’는 처음 방문하는 도시에 대한 낯선 시각을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이를 공연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멜팅다츠’ 구성원들에게 인천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은 없다. 그들은 인천과 아무런 연고가 없을뿐더러 인천을 딱히 의식해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굳이 인천에 대해 ‘인식’이라는 어려운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려는 것일까? 이 질문에 구성원들 모두는 “전혀 모르기 때문”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인식’에 대한 작품 활동을 하는데 있어 선입견은 가장 큰 방해물이기 때문이란 말도 덧붙였다. 이들은 인식에 대한 선입견을 배제한 채 오늘도 인천시민들을 만나 그들에게 인천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인천 분이세요?”, “인천은 어떤 곳이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천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인천에 대한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그냥 편하게 들려주시겠어요?” ‘멜팅다츠’는 인터뷰 대상과 평범하게 대화를 나눈다. 설문도 아니고 조사는 더더욱 아니다. 무리한 질문을 하지도 않으며 흑백처럼 단정적인 답을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들어주고 그 생각을 노트에 옮겨 적을 뿐이다. 그렇게 하나, 둘 모인 시민들과의 인터뷰는 영상, 음악, 퍼포먼스 등으로 재구성되어 인천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보여주는 공연으로 탄생할 예정이다. 멜팅다츠는 ‘인천 시민들이 본인들의 터전인 인천에 대해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 바’를 인터뷰하고 이야기를 들어왔다. 이 과정을 통해 멜팅다츠 자신은 인천에 대해 어떠한 인식을 구축해가고 있을까?
Q : ‘멜팅다츠’의 소개를 부탁한다.
A : 멜팅다츠는 이번에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하면서 만든 팀 이름이다. 저(연출가 이수은)는 무대 & 의상 디자이너, 퍼포먼스 아티스트로 2006년부터 여러 장르의 예술가들과 협업을 많이 했는데, 대부분 ‘콜렉티브 작업방식’을 추구했다. 그런데 이 작업방식은 팀 구성원들 간에 잦은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했고, 그럴 때마다 우리가 왜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과 협업을 하는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다양한 작가들의 작업방식을 공연 결과물에 녹여내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작업 주제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지고 서로 소통하고 합을 맞추어 가는 과정에 초점을 두고 작업을 해 보고 싶었다. 공연예술이란 예술가와 예술가, 예술가와 관객 사이의 대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 공연 프로젝트마다 형식, 장르, 작업 방식들에 자유롭게 접근하여 공연으로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방식이나 새로운 개념을 원하는 건 아니다. 단지 작업의 중심을 제작 결과에서 제작 과정으로 옮겼을 뿐이다. 저와 허영균 작가가 먼저 팀을 결성하고, 손지희 무대 디자이너, 싱어송라이터 도재명 작가가 합류했다.
Q : ‘인천 사랑’ 단체티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사람들의 시선에서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
A : 인천에서 작업하는 동안 쭉 입으려고 만들었다. 옷을 입는 것 자체로 ‘작업 모드’가 된다. 인천을 잘 모르기 때문에 ‘표어’처럼 인천 사랑을 내세웠다. 신기하게도 옷을 입으니 실제로 인천에 대한 애착이 생긴다. 또한 단기로 입주한 팀이기 때문에 아트플랫폼을 오가는 분들과 서로 인사하고 지내려면 눈에 잘 띄어야 한다는 생각에 옷을 맞추기도 했다. ‘인천 사랑’이라는 글이 적힌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우리에 대한 인천 사람들의 반응도 궁금했다. 처음에는 ‘어떻게 입고 다니지?’ 생각했는데 사람들과의 경계를 허무는 데 이 티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셔츠를 입고 있을 때와 입지 않았을 때가 다르고, 입고 있을 때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태토가 더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연스럽게 웃게 되는 효과도 있다. 옷을 입지 않았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무표정이지만, 이 티셔츠를 입게 되면 작업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은 물론이고, 웃는 표정과 열린 마음까지 자연스레 따라온다.
Q : 인천 시민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텐데, 인천에 대한 선입견은 무엇이었나?
A : 인천 토박이가 적다는 이야기가 가장 많다. 타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정착한 땅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인천 사람들은 바보다, 다 내어 주고 빼앗기고 그러고 산다. 인천은 서울쓰레기 매립지, 안 좋은 것은 다 인천으로 온다“ 이런 말을 들으면, 인천의 주변 도시와 인천의 지리적 한계(서울을 보완하는 역할), 인천을 구성하는 인구 성향(가령 외지인 유입, 화교, 실향민 등)이 복합적인 영향을 받아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거나,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그러한 다양성이, 결국 인천이 “개방적” 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다고 생각한다. 인천 사람들은 ‘짜다’는 선입견이 있다고 멋쩍어하는 분들도 있었다. 이 단어도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현실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우리가 인터뷰하면서 만난 인천 분들은 오히려 반대의 성향을 가진 분들이셨다.
Q : 각자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인데 추후 활동계획이 궁금하다.
A : 도재명은 현재 영화음악 작업 중이고, 허영균은 7월 26일부터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음악극 <보물섬> 드라마투르기로 작업에 참여한다. 허영균은 개인적으로 예술-공연예술출판사 1도씨를 운영하고 있는데, 하반기에는 각각 희곡집과 공연의 전 과정을 기록하는 책을 출판할 생각이다. 각각 1도씨 희곡선, 1도씨 추적선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손지희는 7월 말에 대학로 ‘열린극장’에서 연극<사우나>, 9월에 국립민속국악원의 <나운규 아리랑> 무대 디자인을 준비하고 있다. 이수은은 ‘마술피리’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연출하고 10월 ‘대구오페라페스티벌’에서 ‘피델리오’ 협력연출, 11월에는 국악과 현대무용을 실험적으로 접목시켜는 공연 프로듀서로 참여한다. 독일 공연창작집단 <오퍼 디나모 웨스트 Oper Dynamo West> 창단멤버로 10년째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공연 작업을 하는데, 내년에는 음악극<바하유람기>, 연극<마담 고질라(가제)>를 독일과 한국에서 공연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Q : 공연을 찾아주실 인천시민들께 꼭 하고 싶은 이야기는?
A : 정보나 사실이 아니라, 인천에 대한 이야기가 감각적으로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망상을 부추기는 공연일 수도 있으니, 오감을 열어두고 관람하길 바란다. 공연을 보기 전에, 스스로 ‘인천은 어떤 곳이지?’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그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본다면 공연을 즐기기 더 좋을 것이다. 객관적이고 통계적인,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수집하는 일이 우리의 최종 결과물은 아니다. 우리는 주관적 편견이 무엇이고 각각의 편견 조각들이 모여져, 편견의 구조로 만들어진 인천의 한 모습이 궁금하다. 관객들은 우리가 본 인천의 인상, 혹은 편견에 대해 솔직해지면 되는 그런 공연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관객도 우리도 <개항하는 마음 그 자체다.>
프로젝트 그룹 ‘멜팅다츠’는 인천아트플랫폼 단기 입주 작가로써 작품과 공연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인천에 대한 인천시민들의 인식을 그들에게 다시 보여주려 한다. 그 결과물은 오는 9월 <2016 인천아트플랫폼 오픈스튜디오> 기간 중에 인천아트플랫폼 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 고승용(인천아트플랫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