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산다는 것에 대하여 <냥이와 함께>전시
지구에는 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다. 그것은 동식물일 수도 있고, 의사를 표현할 수도, 혹은 아닐 수도 있다. 지구에는 주인이 없다. 다만 각기 다른 생명체는 의사 표현과 영향력 있는 활동의 여부 그리고 개체 수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지구의 영역에서 인간은 꽤 많은 자리를 차지하며 다른 생명체와 함께 자신들의 생활을 누리고 삶을 영위한다. 나는 사람이다. 내 생각에 따라 다른 생명체를 본다. 다른 사람도 아마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우리가 흔히 거니는 골목에서도 또 다른 생명체들을 자주 만난다.
초등학생 때만 해도 주인 없이 길을 돌아다니는 고양이를 ‘도둑고양이’라고 불렸다. 무언가를 훔친 것도 아닌데, 그들은 사람들로부터 도둑 취급을 받으며 살았다. 전 세계에 여러 고양이가 서식해 있지만, 각 나라의 문화에 따라서 고양이는 길한 생물로 혹은 흉한 생물로 비쳤다. 우리나라에서도 고양이는 꽤 오랜 시간 동안-그리고 지금까지도- 불운을 가져다 준다는 존재로 인식되며 어딘가 기분 나쁜 요물로 생각되고는 한다. 이것에 대해 정확한 근거와 과학적인 이유는 없다. 다만 사람을 온순히 따르지 않고 신비롭게 바라보는 눈빛이 사람의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쓰레기를 뒤적거리고 거리를 어지럽게 하는 고양이의 몹쓸 행동을 자주 목격되며 한밤중에 시끄러운 울음소리는 을씨년스러운 밤 분위기를 조성하기까지도 한다. 이처럼 고양이의 행동은 ‘사람’이 사는 데 불편함을 느끼는 존재였다. 이 땅에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인지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자주 망각되고는 한다.
동인천역에서 버스를 타고 두 세 정거장 지난 곳.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자리잡은 골목 사이에는 작은 ‘우리미술관’이 있다. ‘미술관’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우리미술관’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공간과는 사뭇 다르다. 사람들이 사는 집 사이에 작은 공간. 문화공간이 특별한 곳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곳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공간이다. 아기자기한 이 공간에서는 다양한 전시가 많이 열리고 있다. 7월 18일부터 8월 10일까지 이곳에서는 아름다운 포스터와 함께 ‘냥이와 함께’라는 기획전시로 주민에게 친절하게 개방될 예정이다.
고양이를 친근하게 부르는 호칭인 ‘냥이’, 그리고 ‘함께’라는 단어. 이 두 단어의 조합이 사뭇 따듯하다. 미술관에 발을 들이자마자 고양이에 대한 다채로운 이미지가 가득 차있는 공간과 마주하게 되었다. ‘냥이와 함께’ 전시에는 오현주 작가의 회화 작품과 임기웅 작가의 비디오 작품에서부터 문화재단에서 소장한 고양이 아트 작품과 서적까지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 초입에 작성된 오현주 작가의 작가노트에서는 생명체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한껏 느껴졌다. 작가가 고양이를 소재로 선택한 이유는 그들이 굉장히 매력적인 존재이기도 하지만, 고양이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이 인간과 동등한 존엄을 가지고 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작가의 의도에 대해 매우 공감되었다.
임기웅 작가의 비디오 아트는 ‘만석동의 동물들’이라는 제목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곳곳마다 고양이가 살고 있지만, 우리와 굉장히 밀접한 관계를 맺는 고양이들은 주로 도시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다. 고양이의 상태는 도시민들의 삶의 질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임기웅 작가는 인천 동구 만석동에 사는 동물들에 대해서 굉장히 애정 어린 눈빛으로, 또한 사실적으로 영상에 담아내고 있었다. 그들은 아주 각박한 환경에서 삶을 살지만, 따듯하게 보살펴 주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기도 하며, 누군가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멋지게 삶을 살고 있었다.
전시공간 한구석에는 오현주 작가의 일러스트로 컬러링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미술관에 찾아온 주민들에게 작품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준비한 것이다. 그 왼편으로 배치된 큰 책장에는 고양이와 관련된 서적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림책부터 동화책, 에세이,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이 나란히 꽂혀 있는데, 미술관에 찾아오는 남녀노소 누구나가 편하게 볼 수 있도록 개방했다. 이번 기획전시가 단순히 그림과 영상 관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에 대해 친숙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고양이’에 국한되어 있지만) 의도된 구성이었다. 책장 하단에는 ‘예술’, ‘고양이’와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기사가 스크랩되어 있었고 자유롭게 펼쳐볼 수 있었다.
고양이는 미관상 ‘아름답다’. 이것은 지극히 나의 주관적인 관점이다. 그러나, 미관상 아름답거나 아름답지 않거나,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존엄하다. 우리는 우리 마음대로 그 존엄성에 관해서 가치 판단할 자격이 없다. 그저 함께 살아갈 뿐이다. 처음부터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었다. 지구상에 인간만이 덩그러니 내려와 다른 개체들이 방해꾼이 되었듯 하나, 둘씩 끼어든 것이 아니다.
인류가 탄생하였듯 우리는‘함께’살아가고 있었다. 그 사실을 잊지 말라는 듯이, ‘우리미술관’의 전시는 고양이라는 작은 생명체가 움트여 공간을 반짝이고 있었다. 견디기 힘든 무더운 한여름에 숨을 돌리러 잠시 우리미술관에 발걸음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시원한 공간에서 작고 아름다운 고양이와 함께하면 어느새 윤택해진 삶을 느끼게 될 것이다.
글/사진
시민기자단 이은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