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콕콕] 팟캐스트는 계속된다
팟캐스트(Podcast)는 2000년 이후에 생긴 단어입니다. 애플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의 합성어로 신문을 구독하듯 인터넷에서 특정 콘텐츠를 구독하는 서비스를 말하죠. 팟캐스트 이전에도 콘텐츠 구독 서비스는 있었지만 아이튠즈를 통해 널리 알려지고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대표성을 띠게 됐습니다.
진행자는 방송을 녹음해서 MP3 파일로 올리고, 시청자는 개인 오디오 플레이어로 내려받습니다. 아이팟뿐만 아니라 다른 MP3 플레이어, PMP에서도 이용할 수 있죠. PC와 마이크 등 간단한 장비만으로 자신만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으며 개인주문방송(POD:Personal On Demand broadcast)으로도 불립니다. 팟캐스트가 기존 방송과 다른 점은 ‘구독’ 개념입니다. 이전에는 라디오를 듣기 위해 주파수를 맞췄다면, 팟캐스트는 최초 등록 이후 매회 방송이 직접 배달됩니다. 자동으로 새 콘텐츠를 업데이트해주는 기능 덕분에 한 번 들으면 계속 듣게 되는 거죠.
팟캐스트는 라디오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출처:pixabay
국내에서는 2009년 말부터 팟캐스트가 제작됐습니다. 아이폰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리죠. 2018년 7월 말 현재 국내 최대 팟캐스트 포털 ‘팟빵’에 등록된 팟캐스트는 1만2천 개가 넘습니다.
팟캐스트의 급성장에는 ‘나는 꼼수다’의 역할이 컸습니다. 팟캐스트는 몰라도 ‘나꼼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였죠. 딴지일보에서 제작한 ‘나는 꼼수다’는 2011년 4월 첫 방송을 시작해 3개월 만에 뉴스/정치 부문 세계 1위(2011년 8월 8일)를 차지했습니다. 나꼼수로 유명세를 얻은 김어준, 김용민, 정봉주 등은 메이저 방송 MC를 맡아 대활약하기도 했죠.
팟캐스트 대중화의 또 다른 주역은 스마트폰입니다. 과거에는 팟캐스트를 듣기 위해 PC를 거쳐 휴대용 기기로 파일을 가져와야 했지만, 스마트폰에서는 바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현재는 제작 편수가 증가한 만큼 소재와 방송 주체도 다양해졌고, 미디어나 저널리스트뿐만 아니라 정치인, 연예인, 학자, 종교인, 대학생, 직장인은 물론 기업들까지 팟캐스트 열풍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출처:팟빵 캡처화면
국내에서는 대안 언론 콘텐츠가 주를 이루지만 해외에서는 기업의 차세대 협업 툴로 팟캐스트를 활용하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원격지에 근무하거나 이동하며 일하는 직원이 많은 기업은 비디오 스트리밍 유스튜디오(uStudio)를 이용해서 기업 경영진과 IT 부서 간 관리 제어, 애플리케이션 통합, 보안, 사용량 분석 결과 등을 확인합니다. 이를테면 신입직원 교육이나 영업사원에게 최신 제품 정보를 전달할 때 유스튜디오를 이용합니다.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제작할 필요가 없는 맞춤형 콘텐츠를 여러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해 플랫폼에 담는 거죠. 팟캐스트의 쓰임새를 특정 기업의 요구에 맞게 활용하는 겁니다.
문서를 뛰어넘는 팟캐스트 서비스의 장점은 기업이 미디어 콘텐츠에 접속한 직원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팟캐스트 활용 내용을 CRM 마케팅(고객이 어디에 가서 무엇에 돈을 쓰는지 낱낱이 분석, 고객이 좋아하는 식당이나 상품 정보만 골라서 제공하는 것)과 통합하면 팟캐스트 접속과 매출의 상호관계를 파악할 수 있죠. 직원이 특정 에피소드나 팟캐스트를 들은 후 더 많은 계약을 성사시켰는지 확인해서 콘텐츠의 가치를 파악하게 됩니다.
출처:pixabay
팟캐스트에서 유명세를 탄 프로그램이 공중파 방송에서 비슷한 포맷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중파 방송을 녹음해서 팟캐스트에 올리는 반대의 케이스도 있죠. 라디오는 ‘본방사수’하지 않으면 듣기 어렵지만, 팟캐스트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개인이 가진 창의성을 방송과 접목해 마음껏 발휘한다는 점에 호감을 느끼는 청취자도 많습니다. 하지만 콘셉트가 비슷한 프로그램이 공중파로 넘어오면서 팟캐스트 저널리즘과 공중파(지상파) 저널리즘이 충돌하는 양상도 보입니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SBS)나 주진우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MBC)는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습니다.
소설가 장강명은 매스미디어가 저물어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공중파 방송이나 신문 같은 것 말이죠. 신문은 모든 사람이 편집국에서 정한 그대로 봐야 합니다. 하지만 팟캐스트(페이스북이나 SNS에 기반한 미디어 등) 같은 개인 미디어는 청취자가 원하는 것을 대중매체가 하지 못한 지점까지 들어가서 시원하게 얘기해 줍니다. 젊은이들은 거침없는 내용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뉴미디어 매체를 원합니다. 또 자신과 밀착된 이야기, 편한 시간에 볼 수 있는 즉각적인 정보를 선호하죠.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팟캐스트에 엔터테인먼트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언급합니다. 나꼼수도 정치쇼나 정치오락물에 기대고 있다는 거죠. “팟캐스트는 정치에 대한 정견을 정확하게 전달하기보다 풍자나 패러디가 큰 문화 콘텐츠입니다. 언론과 엔터테인먼트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팟캐스트를 지상파로 가져가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8월에 종방하는 ‘블랙하우스’를 보면 지상파는 준비한 게 별로 없습니다. 지상파가 팟캐스트 방송을 가져와서 혁신하겠다고 하는 취지가 나이브했던 것 아닌가 합니다. 그에 맞는 투자 없이 팬덤이나 김어준이라는 개인에만 모든 걸 맡겨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장강명 작가는 팟캐스트가 정치프로그램이나 시사프로그램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다가 어느 순간 ‘우리는 예능’이라고 살짝 발을 빼기도 한다고 덧붙입니다. 주로 대안언론, 약자의 저널리즘, 개인미디어 같은 성격을 보이다가 어느 때 공중파 프로그램으로서의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는 거죠. 이택광 교수는 공존을 요구합니다. 유튜브나 팟캐스트 같은 플랫폼의 변화도 존중하고, 기성 언론 또한 시장성만 좇아서 공공성을 버리면 안 된다는 겁니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편파보도 논란에 폐지 결정, MBC 주진우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5주간 결방 논란을 빚었다. 출처:아시아경제 |
SCI평가정보에서 운영하는 ‘사이렌24’에 의하면 한국 네티즌의 58%가 팟캐스트로 뉴스를 듣습니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SBS 김용민의 정치쇼’,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 같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죠. 지난 6월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8’은 전 세계적으로 팟캐스트 이용 비율이 늘고 있다고 소개합니다. 우리나라가 58%로 팟캐스트 이용 조사 22개국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다음으로 홍콩(55%), 타이완(47%), 스페인(40%) 순이었고요. 에디슨 리서치(Edison Research) 조사결과를 보면, 미국인의 44%는 어떤 이유로든 팟캐스트를 들은 적이 있고, 26%는 한 달에 최소 1번 이상 듣는다고 하네요.
팟빵의 카테고리는 코미디/시사 및 정치/도서/영화/경제/어학/교육 및 기술/스포츠/음악/여행/건강 및 의학/문화 및 예술/취미/유·아동/정부 및 기관/퀴어/게임/종교/성인방송/지역/해외 팟캐스트 등으로 구분됩니다.
이중 ‘문화 및 예술’ 월간(7월) 순위는 이렇습니다.
짠, 들어보시죠.
출처:팟빵 캡처화면 |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차세대 협업 툴’ 팟캐스트가 뜬다
CIO Korea, 2018.7.20(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2. “팟캐스트 저널리즘 논란, 지상파는 무슨 준비를 했나”
노컷뉴스, 2018.7.16(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3. ‘꼼수는 안 통해’ 팟캐스트 저널리즘, 공중파서 줄줄이 퇴출
아시아경제, 2018.7.12(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4. 한국 네티즌 58%, 팟캐스트로 뉴스 듣는다…세계1위
이데일리, 2018.6.14(자세한 내용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