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보경X이채은 ‘INVISIBLE. 보이지 않는, 보이는 것의’
당신은 무엇을 보십니까?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인 전보경, 이채은 전이 인천아트플랫폼 B동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비 오는 휴일 오후 인천아트플랫폼 전경은 한산했지만, 전시장안은 여느 전시와 마찬가지로 무언가로 꽉 채워져 있었다. 그 안에서 무엇을 얻어 갈 수 있는가는 그 안에서 무엇을 볼 수 있는가와 연결될 것이다.

전보경 이채은 <In-visible 보이지 않는, 보이는 것의> 전시는 전시장을 들어서는 이들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당신은 이곳에서 보이는 것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가? 라고.

보이는 것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것을 유추할 수 있을까? 아니면 보이지 않는 것으로부터 보이는 것을 유추할 수 있을까? 무엇이 먼저인가를 묻는다면 당연히 우리는 보이는 것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것을 유추하는 것이 먼저라고 답할 것이다.

전보경의 토템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무엇을 위한 준비든지 아니면 어떤 일을 마무리한 다음 그 일에 대한 흔적이든지. 시작과 끝에 남겨진 채로 존재하는 사물들은 실제 그 본질적인 ‘일’, ‘작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하여 우리로 하여금 상상하게 만든다. 시작과 끝에 남겨진 단편의 조각들을 근거로 우리는 보이지 않는 부분을 상상한다. 마술사의 준비물을 보면서 우리는 마술사가 앞으로 어떤 마술을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 상상한다. 보이는 준비물은 보이지 않는 본질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가 된다.

그리고 도시에 흩어져 있는 갖가지 사물들을 수집한 작가는 현장의 사진과 함께 현장에 놓인 사물들을 가지고 와서 재배치하였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 여러분 앞에 놓인 이 사물들은 무엇인가요? 보여지는 사물들을 통해 여러분은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이 보이시나요?

어쩌면 세상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일들은 마치 거대한 빙산이고 자신의 모든 몸뚱어리는 바닷 물 아래에 숨긴 채, 꼭대기의 일부분 만을 보여주고 있는 것과 같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우리 눈에 보이는 빙산의 일부분만을 바라보면서 실제 빙산의 크기에 대해서 과연 얼마만큼이나 짐작할 수 있을까? 세상의 진실은 보이지 않는 것에 있을 수도 있음을, 보이는 것들의 일부를 가져와 우리 눈앞에 제시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실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수도 있음을.

이채은 작가의 회화와 설치 작품들 또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2층 천장에서부터 스커트를 입고, 빨간 구두를 신은, 바람에 흔들거리는 여자의 다리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오래된 텔레비전 두 개가 놓여 있다. 아래 받침대로 놓여있는 텔레비전은 작동하지 않으며, 위에 놓인 텔레비전에서는 익숙한 영상이 반복하여 재생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도 보이고, 눈에 익은 영상들이지만 왠지 낯설어 보이는 영상들이 지나간다. 익숙한 영상들을 익숙하지 않은 형태로 접하는 동안, 이 영상들 속에서 기존에는 보이지 않았던 그림들을 보게 된다. 실제로 존재했었지만, 보이지 않아,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받았던 사실들 속에 실은 보이지 않는 진실이 숨어있을 수 있음을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이채은의 회화작품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과 ‘트위스터’에서는 얼굴이 가려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림은 화려한 색채를 지니고 있지만, 그림 속의 사람들의 얼굴이 갈라지고 확인할 수 없다. 보여지는 얼굴이 없으니, 그림 속의 화자가 무엇을 얘기하고 있는지 짐작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된다. 대체 이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무엇을 향하는가? 실제로는 보이는 것들을 작가는 의도적으로 보이지 않게 처리함으로 인해 우리로 하여금 보이지 않는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그리고 “이들은 무엇을 향해야 하는가?”라고 우리에게 묻는다. 보이지 않게 함으로써 보이는 것을 상상하게 하는 것, 그것이 이번 전시의 매력이다.

 

글 사진 김경옥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