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콕콕] 미세한 먼지들
지난 6·13 지방선거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미세먼지’였습니다. 환경문제는 경제나 복지에 밀려 뒷전인 경우가 많았는데 미세먼지 유해성에 관한 국민의 관심이 커지면서 10대 공약에 미세먼지 이슈가 포함됐죠.
더불어민주당은 비산먼지 제거를 위한 청소차 보급 확대, 노후 건설기계 저감장치 부착 등으로 도로와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먼지를 줄이겠다고 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친환경 선박 육성, 땅에서 전기를 배로 공급하는 육상전원공급설비(AMP) 설치 확대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고요. 바른미래당은 굴뚝원격감시체계(TMS)를 실시간 공개해 사업장 굴뚝의 미세먼지를 측정하고 지방자치단체에게 배출부과금을 넘기겠다고 발표했었네요.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미세먼지 수치(44㎍/㎥)는 프랑스 파리(21㎍/㎥), 미국 로스앤젤레스(33㎍/㎥) 등 해외 대도시보다 높았습니다. 2016년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48㎍/㎥로, 도쿄와 런던의 17㎍/㎥, 20㎍/㎥의 두 배가 넘었죠.
미세먼지가 빅이슈가 된 건 한두 해 전 일이 아닙니다. 미세먼지나 황사가 우리나라를 덮을 때마다 정부는 ‘중국의 영향’ 운운하면서 어물쩍 넘기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도시화, 산업화로 말미암은 국내 발생 매연도 만만치 않죠. 미세먼지는 석탄·석유 등의 화석연료를 태울 때나 자동차 배기가스, 건설현장의 날림먼지, 공장 내 분말 형태의 원자재, 부자재 취급공정에서의 가루 성분, 소각장 연기 등에서 대부분 발생합니다. 화석연료 연소 과정에서 나오는 황산화물이나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이 대기 중의 수증기, 암모니아와 결합하면서 미세먼지가 생성되죠.
전 세계 미세먼지 오염지도를 보면 인구집중지역이나 산업화 지역에 미세먼지 발생량이 많습니다. 중국과 인도, 아프리카, 중동 등이 이에 해당하죠. 현재 전 세계 인구는 70억 명 정도로, 중국 15억 명, 인도 11억 명, 동남아 6억 명, 중동 5억 명 등입니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중국과 인도, 중동 주변에 살고 있군요.
인구 15억 명의 중국은 사정이 어떨까요.
평소 마라톤을 즐기던 그린피스 베이징사무소의 모 직원은 초미세먼지 측정기를 부착하고 국제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그날 미세먼지는 심각한 수준이었고, 측정기 필터는 6시간여 만에 새까맣게 변했습니다. 그해 겨울,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수치는 880㎍을 넘어섰고요. 그린피스 베이징사무소는 초미세먼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중국 사회에 대기오염에 대한 논의를 공개적으로 이끌어내기 시작합니다.
2012년 베이징대학교와 함께 발간한 ‘위험한 호흡’에서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시안 등 중국 4개의 지역이 초미세먼지로 말미암은 조기 사망자가 8천5백여 명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대기오염과 건강 유해성에 관한 연구한 이 보고서는 중국 내 연구가 많지 않던 상황에서 국내외의 관심을 받았죠. 관련 연구는 이어졌고 3년 뒤인 2015년, 중국 주요 31개 도시를 대상으로 한 두 번째 보고서에서는 25만 7천 명이 초미세먼지로 조기 사망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인구 10만 명 중 90명꼴입니다.
2013년 그린피스의 ‘대기오염방지 행동계획’에서는 2017년까지 초미세먼지 수치 대폭 낮추기, 석탄 소비량 통제 등의 항목이 있었습니다. 그린피스를 비롯한 다양한 시민단체와 학계, 시민들의 노력과 정책 변화로 실제 중국의 대기 질은 개선되고 있으며 지난해 4분기 베이징과 톈진 주변 도시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전년도보다 33.1%가량 나아졌습니다. 그 배경에는 경제 시스템의 변화, 청정에너지 산업 성장, 철강 및 시멘트 생산량 제한, 550만 가구의 난방 연료 전환(석탄→가스 및 전기) 등 중앙정부 차원의 관리 감독과 엄격한 정부 규제가 있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초미세먼지가 최악인 날이 많습니다. 에너지 시스템을 태양광이나 풍력 등으로 전환하고, 청정한 경제 구조를 갖추면 머지않아 미세먼지 없는 하늘을 볼 수 있겠죠.
세계에서 미세먼지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인도입니다. 지난 5월 인도에 거대한 모래폭풍이 불었고 한 달 만에 270여 명이 사망했습니다. 인도 정부는 외출 자제 및 공사를 중지하고, 소방대를 배치해 도시 전역에 물을 뿌렸지만, 여전히 많은 인도인이 호흡 곤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2016년 초미세먼지 농도에서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칸푸르가 연평균 173㎍으로 대기 질이 가장 나쁘고 힌두교도들의 성지 바라나시가 151㎍, 수도 뉴델리도 143㎍의 수치였습니다. 인도 대기오염의 주원인은 화석 연료 연소로 보고 있는데,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인도가 공장, 화력발전소, 자동차의 도입으로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뤘지만 규제 미비, 오염방지 기술의 부족으로 대기오염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네요. 인도 정부는 태양광 발전 설치, 전기차 등의 도입으로 정책 개선의 노력을 보입니다.
내년 하반기에 개장하는 인천항 신국제여객부두에 대기오염물질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육상전원공급장치(AMP)가 설치됩니다. AMP는 부두에 대기 중인 대형 선박이 시동을 끌 수 있도록 육지에서 전기를 공급하는 시설입니다.
항만에 들어온 배는 정박 중에도 냉동·공조시스템을 가동해야 하므로 벙커C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합니다. 이 때문에 미세먼지·이산화탄소·질소산화물·황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이 대량으로 발생하죠. 인천에서 야기되는 미세먼지의 13%가 선박 배출량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정부는 ‘범부처 미세먼지 연구개발 협의체’를 구성하고 지난 5월 미세먼지 체감을 위한 아이디어를 접수, 심사했습니다. 대학생, 대학원생, 연구자, 시민들이 낸 아이디어 140여 건이 모였고 이 중 9건의 국민 제안을 선정했습니다.
-미세먼지 정화를 위한 토양 필터, 식물, 산화 티타늄 등 다양한 요소 기술들을 융합한 ‘미세먼지 바리케이드’를 도로변에 설치
-초등학교 유형별로 공기 질 현황과 미세먼지 노출량 등을 분석하고, 이산화탄소(CO2) 농도, 에너지 효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공기정화 장치 최적화 시스템 개발
-도로를 주행하면서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필터 개발
-공공 버스 등 대중교통에 부착해 시범 운용하는 ‘달리는 미세먼지 저감 장치’
-버스 정류장에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미세먼지 알림 친환경 디스플레이를 설치, ‘미세먼지 청정 스마트 거리’ 조성
-안전한 농산물 생산을 위한 기술개발과 가축 분뇨 퇴비화 과정에서 미세먼지 저감 제안
도시 공사 현장 주변에 원예 작물을 활용한 그린링(Green-Ring)을 구축하거나 식물을 활용한 다양한 공기 정화 아이디어가 돋보였습니다.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국민의 아이디어를 좀 더 구체화하고 관계 부처와 협업해 국민이 참여하는 ‘현장 중심의 미세먼지 R&D 사업’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중국 미세먼지, 어디까지 들어봤니?
허핑턴포스트, 2018.6.11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2. 미세먼지 해결방안 국민 아이디어 9건 선정
세계일보, 2018.6.17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3. 토양·식물 활용 ‘미세먼지 저감’…국민제안 9개 사업 내년 실용화
뉴시스, 2018.6.17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4. 죽음 부르는 미세먼지… 인도는 ‘대기오염’과 싸움 중
그린포스트코리아, 2018.6.1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5. 서울 ‘미세먼지 농도’ 해외 대도시보다 배로 높다
메디컬투데이, 2018.6.12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6. “미세먼지 잡아야 표심 잡는다”…중국 대책에는 온도차
노컷뉴스, 2018.5.29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7. [핫이슈 ‘미세먼지, 도시숲이 해결책이다’ 개념과 세계 각국 현황] 흡입되는 미세먼지 많아 인체 치명적
월간 산, 2018.5.9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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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