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갤러리를 만들다…문화공간의 저변 확대

2018 인천미술은행 소장품 기획전시 <발칙한 그림, 그림의 기술들>
학교 내 갤러리서 순차적 전시
그림 같은 사진, 사진 같은 그림…관람객들에게 발칙한 일침

빈 곳 또는 여백이 있다면 어느 곳이든지 문화공간으로 변모하고 마는 요즘이다. 폐가나 폐공장에서 인디가수들이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지하철역의 지하보도 벽면에 그림이 걸리기도 한다. 덕분에 우리는 종종 일상생활 중 예기치 못한 곳에서 맞닥뜨리는 문화향유의 기회에 신선한 충격을 받곤 한다.
혁신적인 공간과 여백의 활용은 최근 학교에서도 두드러진다. 학교 안의 일부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며 학생들에게 더욱 자주 문화생활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인천문화재단은 2018 인천미술은행 소장품 기획전시 <발칙한 그림, 그림의 기술들>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를 시작으로 인천만수고등학교, 인천의료원, 미추홀외국어고등학교, 인천여자고등학교, 인천 신현고등학교를 순회하며 6개월간 진행될 예정이다.
인천의료원 한 곳을 제외하고는 개최지가 모두 학교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누구에게나 친숙한 공공기관이지만 문화공간으로써의 학교는 우리에게 생소하기 마련이다. 현재 이번 전시가 진행 중인 인천만수고등학교로 어색하면서도 설레는 발걸음을 옮겼다.

만수고등학교 A동의 홈베이스에서 지하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층계의 벽면을 따라 이번 전시의 작품들이 선보였다. 텅 비었던 벽면에 그림이 걸리면서 지상과 지하를 이어주던 층계는 더 이상 물리적·기능적 공간만이 아니었다. ‘반디갤러리’라는 명확한 목적성이 담긴 이름 아래 문화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것이었다. 공간의 새로움과 의외성에서 문화공간의 저변이 확대됐다는 평이다.
학교 안에 갤러리가 생기자 학생들은 학교생활 중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적 소양을 키울 수 있게 됐다. 인근 지역주민들도 더욱 쉽게 문화생활을 접할 기회를 얻으면서 문화향유의 기회를 보장받게 됐다.

이번 인천미술은행 소장품 기획전시 <발칙한 그림, 그림의 기술들>은 장난기 어린 듯한 기만적인 회화기법이 관람의 흥미로움을 만들어냈다. 사진인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극사실주의적인 그림과 회화적 기법을 가미한 사진들이 혼재돼 있어 그림과 사진을 육안으로 구분하는 재미가 있던 것이다. 그림과 사진을 번갈아 보는 전시는 두 장르의 특성과 기법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거의 실재와 같이 재현된 그림들은 오히려 피사체가 갖고 있는 본연의 민낯을 더욱 가까이 느끼게 해줬다. 반면 노출 시간이나 인화 방법 등을 달리해 회화적 요소를 입힌 사진들은 오히려 시선을 압도하는 회화적 미가 짙었다. 육안으로 보는 것을 진실이라고 믿는 우리에게 발칙한 일침을 가하는 듯했다.

 

정해랑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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