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음악 독주회를 여는 게 꿈이에요.”
연희단 <비류> 백승철 대표 인터뷰

6월 14일 부평역 근처 카페에서 연희단 <비류> 백승철 대표를 만났다. 아직은 대표라는 직함이 익숙하지 않은 그로부터 ‘청년 백승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을 수 있었다. 모든 청년들이 한번은 겪듯이 그도 자신의 진로에 방황했었던 시간이 있었다. 그런 그에게 연희는 자신의 꿈을 선명하게 만든 안식처였다. 그래서일까. 연희 장르가 대중들에게 한발자국 멀어질 때, 그와 그의 단원들이 한발자국 가까이 다가가려는 여정이 고되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연희단 <비류>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연희단<비류> 인천 출신 연희 전공자로 구성된 팀이다. 타악을 중심으로 기악과 소리 단원들이 모인 전문단체로서 다양한 작업을 시도한다.

연희에 대해서 일반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을 부탁드린다.
국악은 쉽게 생각하면 한국의 음악이다. 사물놀이, 풍물놀이, 판소리, 민요를 다 아우르는 게 국악이라고 보면 된다. 그 중에 연희를 저희는 쉽게 ‘논다’라고 표현하는데, ‘사자놀이’, ‘소고놀이’같이 끝에 ‘놀이’가 붙어있으면 연희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아기들이 무동 타고 연두발 상모 돌리고, 줄타기하는 활동 모두가 연희의 일환이다.

어떻게 풍물을 시작하였는가 
사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하고 싶은 게 마땅히 있지 않았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 사물놀이 동아리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현재 <비류> 예술 감독님이신 정돈연 선생님을 만나면서 사물놀이에 더욱 깊은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예술 감독님의 첫인상은 어땠나 
첫인상이 무척 강하셨다. 신체가 왜소하신데도 불구하고 선생님의 기에 동아리 멤버 5명 모두가 압도되었다. 지도를 부탁드리러 갔을 때 선생님 앞에서 말도 꺼내지 못해서 제자분에게 대신 말씀을 드렸던 기억이 난다.

부모님의 반대가 있지 않았나 
당연히 부모님께서 반대가 심하셨다. 다른 애들은 빠르면 초등학교, 늦어도 중학교부터 사물놀이를 시작하는데, 고등학교 3학년 돼서야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일 년 동안 아버지와 말을 안 하다시피 지냈었다. 다행히 대학에 합격하고 나서야 아버지께서 마음을 열어주기 시작하셨다.

연희단 <비류>를 창단하기로 한 이유가 있는가
대학교 졸업할 당시에 예술 감독님께서 먼저 팀을 꾸려 보도록 제안을 해주셨다. 그래서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주변 후배들을 섭외했고, 현재 8명의 팀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연출 담당자가 대표를 맡는 경우가 많다. 현재 대표님과 연출 선생님과의 역할이 어떻게 구분되었는가
공연 운영이나 전반적인 사업을 제가 맡아서 한다면, 감독님께서는 공연 연출과 작품에 대한 조언을 주로 하신다.

처음 <비류>를 창단했을 때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 같다. 대부분 젊은 청년들로 단원이 구성되어 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나름대로 10, 15년이나 국악을 준비했던 친구들이라서 실력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다만, 새로운 작품을 하다 보면 인원이 필요할 경우가 많이 생긴다. 그럴 때마다 외부 객원을 섭외해서 작업을 같이해야 하는데 그 친구들에게 줄 인건비가 충분하지 않다. 그리고 새로운 작품을 만들려면 친구들과 만나면서 지속해서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된다는 점이 안타깝다.

공연을 연출할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는가
관객 반응에 따라서 공연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다. 그래서 관객과 어떻게 소통할지를 항상 고민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여건을 많이 조성하려고 노력한다.

연희라는 장르의 특색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단체와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전통연희 기반으로 ‘극’이라는 요소를 결합해서 새로운 창작품을 만든다는 점이 차이점일 수 있다. 시나리오도 단원들과 함께 작성하고, 거기에 맞는 음악을 적절히 배치하기도 한다.

<염라대왕이 사자를 만나는 날> 공연에서는 사회적 문제를 함께 고민해보고 소통하는 장을 마련했다면, 이번 6월 말 <풍물유희 흥 플러스>에서는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가
<염라대왕 사자를 만나는 날>처럼 창작 연희극을 만들 때 사회 이슈를 많이 담으려고 노력한다. 한편 <풍물유희 흥 플러스>의 작품은 레퍼토리 공연이다. 창작한 작품을 10~15분 동안 관객 앞에서 펼치고 평가를 받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에 했던 작품을 그대로 선보이지 않는다. 기존의 것들을 정리하며 새롭게 창작하고, 관객 앞에서 공연을 선보이면서 반응을 살피고 함께 발전시켜 나아간다.

전통과 현대를 조화롭게 균형을 맞춰가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대표님께서는 진정한 전통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대학교 졸업반을 앞두고 있었을 때 장래가 걱정돼서 전통이 무엇인지 곰곰이 고민해본 적이 있었다. 현재 계승된 국악이 조선 시대에도 똑같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비록 40년 전에 사물놀이라는 장르가 나온 후에 국악의 흐름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이전에도 김덕수 선생님 같은 분들이 계셨을 것이다. 그래서 전통을 지키는 명목하에 선생님께서 하셨던 것을 그대로 모방하는 게 전통을 지키는 일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전통은 그 자리에 머무는 게 아니라 계속 진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전통을 지킬 수 있고, 대중들이 계속 관심을 가질 때 비로소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지역마다 저마다 다른 풍물을 펼치는데 연희 <비류> 에서도 인천의 특색을 찾아볼 수 있는가 
팀 이름을 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지역적 특색을 많이 살리려고 했다. 백제 비류 왕자가 인천에 자리를 잡았다고 해서 팀 이름을 비류로 정했었다. 아직 작품으로 지역적 특색을 나타내지 않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웃다리 농악밖에 정보가 없는 상황이다. 연주 작품이든 극작품이든지 간에 지역특색을 고려해서 작품을 창작할 예정이다.

농업기반의 공동체 문화와 두레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다시 과거에 잊혀진 풍습이 새롭게 재해석되거나 다시 그 가치가 인정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통연희단의 역할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서 앞으로 변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대표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 역할은 딱 하나다. 좋은 공연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더 많이 국악에 관심을 보일 거로 생각한다. 이 분야의 역할을 현대적으로 정립하는 것은 40년 전 김덕수 선생님과 그 멤버들이 사물놀이라는 작품을 통해 이미 이루었다고 본다. 대신 앞으로의 국악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는 우리가 고민을 많이 해볼 필요가 있다.

김덕수 선생님께서 젊은 시절에 친구들과 함께 사물놀이를 출범시켰듯이, 젊은 청년들로 구성된 연희단 <비류>에게도 남다른 계획과 큰 포부가 있을 거라고 짐작된다.
솔직히 사물놀이 이후에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우선 사물놀이 구성이 너무 훌륭하기 때문이다. 우리 팀 내에서도 새로운 장르가 하나 나오면 최상의 시나리오겠지만, 많은 시도를 하고 여러 장르를 복합해서 새롭게 작품을 구성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창작하고 싶은 작품이나 계획이 있는가
무속음악을 시작하면서 개인적으로 독주회를 하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사물놀이는 친숙한데 무속음악은 어렵게 느낀다. 대중들이 보기 편하게 작품을 재구성하고, 한 시간 프로그램으로 독주회를 펼쳐 보는 게 목표이자 꿈이다. 현재 그 생각으로 5년 동안 무속음악을 공부했는데 아마 5년은 더 공부해야 할 것 같다.

 

인터뷰. 최기현(예술지원), 이진솔(정책연구)
글/사진 이진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