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간직하다, 신문소설 스크랩 단종애사
한국 최초의 창작 장편소설 무정을 쓴 춘원 이광수는 1920~1930년대 역사소설가로도 이름이 높다. 이광수는 마의태자, 단종애사, 이순신, 원효대사, 세조대왕 등 많은 역사소설을 썼는데, 이 작품들은 모두 재판 이상을 찍는 베스트셀러이기도 했다. 단종애사는 작가가 <동아일보>에 재직하면서 쓴 장편 역사소설로 1928년 11월 30일부터 1929년 12월 11일까지 총 217회 연재되었다. 이 작품은 숙부인 수양대군에 의해 왕권을 찬탈당하는 어린 조카 단종의 이야기이다. ‘고명편’, ‘실국편’, ‘충의편’, ‘혈루편’의 총 4장이 기-승-전-결의 구성을 취하고 있고, ‘단종의 슬픈 역사’라는 제목 그대로 단종의 억울한 퇴위와 죽음, 세조의 잔혹한 성격이 크게 강조된 작품이다.
이 작품이 연재된 1928년에는 <조선일보>에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이 연재를 시작하였는데, 벽초와 춘원은 육당과 함께 조선의 3대 천재였던 만큼 두 작품의 연재는 동아·조선이라는 신문사 관계와 얽혀 묘한 라이벌 관계에 있었다고 한다. 단행본은 <동아일보> 연재 직후인 1930년 회동서관에서 상하 두 권의 책으로 간행되었다. 또한, 5년 후인 1935년에는 박문서관에서도 간행되었다.
이번에 소개하는 자료는 1928년 <동아일보>에 연재된 것을 오려 모은 스크랩본이다. 하루하루 연재된 것을 정성스럽게 오려 자기만의 단행본을 만든 것이다. 낱장으로 된 자연과학 교재 1장에 앞뒤 각각 2회씩 붙인 후 이것을 모아 하드커버로 앞뒤 표지를 붙여 만든 수제본이다. 총 55장(110쪽)이다. 작품의 신문 연재 횟수는 총 217회인데, 이 자료에는 126·149·151·194·197·198회 등 6회가 누락되어 있어 211회분이 묶여 있다. 현재로선 누가 이 자료를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90년이 지난 지금도 보존상태가 양호한데, 연재분을 오린 모양이나 위치 및 형태, 제본과 표지 등 매우 정성스럽게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한국근대문학관이 소장한 이 자료는 일제강점기 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애호와 기호 등 도서문화까지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하겠다.
한국근대문학관 학예연구사 함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