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베스트셀러를 통해 본 그때 그 시절…
한국근대문학관 근현대 베스트셀러 특별전 ‘소설에 울고 웃다’
우리나라 문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소설들이 한국근대문학관으로 소환됐다. 지난해 2017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한국근대문학관 기획전시실에는 근현대 특별전 ‘소설에 울고 웃다’가 진행됐다. 이번 전시는 전시된 소설들을 통해 과거 우리가 살아온 시대를 일별해보고 작가의 숨결을 느껴보고자 기획됐다.
전시에는 근대계몽기부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대중의 사랑을 받은 24개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전시돼 관람객들에게 80년의 세월을 조망할 뜻깊은 기회를 제공했다.
전시를 보기에 앞서 이번 전시에서의 ‘베스트셀러’는 어떤 의미일까? 베스트셀러(best –seller)의 사전적 의미에서는 어떤 기간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을 베스트셀러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이라고 해서 무조건 예술적 가치나 문학적 가치가 높다고는 평가할 수 없다.
그러나 의외로 이번 전시 ‘소설에 울고 웃다’에서는 말 그대로 당대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을 전시대상으로 삼았다.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한 고비마다 어떤 소설이 많이 읽혔는지 알아보는 것은 우리의 삶을 되짚어보는 데 의미 있는 기준점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소설에 울고 웃다’의 전시를 기획하는 데 있어 전반적으로 작용했던 관점은 ‘현실반영론적 관점’이다. 이는 문학작품에는 당시의 현실이 반영된다고 보는 관점이다. 이번 전시는 소설의 내용을 통해 소설이 쓰인 당시의 시대 현실을 역으로 추정하는 관점을 기반으로 한다.
근현대 베스트셀러의 계보는 계몽 열망이 담긴 ‘혈의 누'(이인직·1906)와 ‘금수회의록'(안국선·1908) 등의 근대계몽기 작품으로 시작한다. 뒤이어 이수일과 심순애의 러브스토리가 담긴 ‘장한몽'(조중환·1913)과 탐정소설 ‘마인’(김내성·1948) 등의 장편소설이 등장하며 근대문학이 화려하게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해방 후 전후 복구 현실을 배경으로 하는 ‘청춘극장'(김내성·1949~1952)과 ‘자유부인'(정비석·1954)에서는 당시 격렬하게 대두되는 민족 문제와 선망의 대상이었던 미국의 사상과 가치관이 투영됐다. 대중사회와 소비사회가 형성된 7~80년대에는 ‘별들의 고향'(최인호·1972)과 ‘인간시장'(김홍신·1981) 등 전업 작가의 밀리언셀러 작품들이 탄생했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들이 소설 집필에 사용한 펜과 안경, 도장, 비디오테이프, 육필원고 등 문학적 가치가 담긴 추억의 산물 60여 점도 함께 만날 수 있었다. ‘자유부인’의 작가 정비석이 취재 시 사용한 녹음기와 국어사전, 박경리 작가가 사용한 호미, 김홍신 작가가 ‘인간시장’ 집필에 사용한 만년필과 인지에 찍었던 도장 등 작가들의 손때가 묻은 애장품이 함께 전시돼 있다.
직접 쓰는 육필원고보다는 각종 첨단 전자기기를 통해 글을 쓰는 데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작가들의 과거 산물은 아날로그 문학적 감성을 자아내는 또 다른 관람 재미를 선사했다.
글·사진 /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정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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