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게 보는 일상의 오래된 것들

이호진 작가의 사진 전시회 <앤티크 강화도>

아트플랫폼 E1 창고 갤러리에 전시되는 이호진 작가의 사진 전시회 [앤티크 강화도]를 보러 비가 오는 한산한 거리를 걸었다. 창고 갤러리는 작지만 천장이 높은 전시공간이다. 벽은 사진으로 둘러싸여 있고 바닥에는 몇 점의 작품이 펼쳐있으며 이젤에도 사진이 놓여있다. 사진들이 공간을 감싸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강화도에 가본 적이 없어 강화의 풍경이라고 확답을 내릴 수 없지만, 갤러리가 아닌 다른 공간에 들어온 기분이다. 입구 왼쪽의 사진 비평을 읽고 사진을 둘러보았다.

사진에서 낯설게 하기란?

‘낯설게 하기’는 사실 처음 접하는 말은 아니다.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일을 하는 내가 평소에도 자주 떠올리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념 자체는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사진’이라는 매체를 이용한다는 것이 새로웠다. 우선 벽면에 있는 사진 비평의 내용을 천천히 읽어본다. 처음에는 굉장히 ‘낯선’ 사진이 우리를 둘러싸면서 그것을 ‘당연히’ 느낀다. 이는 사진이 우리의 감각을 길들이면서 사진으로부터 무언가를 판단하는 지각 작용이 둔감해졌다는 이야기다. 그것참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래서 작가는 우리가 잘 아는 ‘익숙한’ 피사체를 무엇인지 알아보기 힘들어지도록 만들면, 새롭게 느낄 것이라는 생각에 이번 전시회를 기획했다. 그럼 어떻게 그 피사체들을 새롭게 보이도록 할 수 있을까? 너무 많은 이미지가 범람하는 시대에 아무리 특별한 구도로 촬영을 해도, 촬영기법만으로는 누군가에게 ‘낯선’ 이미지를 만들기란 어렵다. 그래서 작가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어둠’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어둠은 어느 때 보다 날카롭게 감각을 세운다. 날이 선 감각으로 이미지를 더듬으면, 익숙한 것들도 새롭게 느껴진다. 감탄과 함께 작품으로 눈을 돌렸다.

밤의 앤티크 강화도

‘앤티크 강화도’라는 이번 전시의 제목이 눈에 띄었다. 오래된 곳이라는 의미일까? 빛이 바랠 만큼 오래되어서 더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뜻일까? 작가의 작업 노트에 ‘앤티크(Antique)’라는 단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골동품’으로 번역되는 앤티크는 오래되어 희소가치가 있는 물건이라는 뜻과 오래되어 가치가 없어진 물건이라는 상반된 의미가 공존하는 단어라고 한다. 작가는 강화도에 있는 수많은 오래된 문화유산들과 그 외에 우리가 마주하는 오래된 것들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질문을 나누고 싶다는 내용을 남겼다. 실제로 사진에 담겨있는 피사체들은 형체를 잘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어두운 곳에서 촬영되거나, 민가 속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 강화도를 가본 적이 없기에 이곳이 낮은 돌담인지 혹은 문화유산인지 구별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사진에서 느껴지는 이질감 때문인지 작품을 더 지그시 바라본다. 마치 내가 모르는 어떤 곳의 밤 풍경을 산책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산책을 돌고 난 뒤, 작가와 함께 한 번 더 사진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전시는 재미있어야 해요

“벽에 붙어있는 흑백사진은 낮에 촬영하신 건가요? “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이호진 작가와 두 번째 산책을 시작했다. 내가 질문한 흑백 사진은 밤에 촬영된 다른 사진과 겹쳐 전시되어 있는데, 이는 같은 장소를 낮에 찍은 것과 밤에 찍은 것이라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정말로 그랬다. 이렇게 사진으로만 봐도 같은 장소가 시간에 따라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이야기를 들었다. 강화도에는 고인돌, 돈대, 성곽, 고목 등 수많은 문화유산이 있다고 한다. 멀리 사는 사람들도 이것을 보기 위해 차를 타고 올 정도로 가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너무 많아서 이미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집 앞의 나무 같은 느낌일 것이라고 한다. 어떤 것은 무너져 있는 채로 있기도 하고, 어떤 것은 재건되어 있기도 했다. 공통점이 있다면 그곳에 오래오래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이 바뀌든, 누가 지나가든, 그곳에 있는 것들. 의미를 가진 것들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문화유산이 된 것일까? 오랫동안 그 자리에 남겨진 것들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작품과 작가의 말에서 느껴졌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었지만, 산책이 끝날 즈음 왠지 모르게 문화유산에 정감이 간다. 바닥에 있던 사진들에 발자국이 나 있다. “이거 이렇게 밟아도 되나요?” “네. 그러라고 해놓은 거예요. 실제로 이곳을 걷는 기분이 들게요.” 작가의 대답이 사뭇 마음에 들었다. 사진도 작가의 생각도 좋지만, 무엇보다 이 작은 공간을 가득 채운 배치가 좋았다. “배치가 재미있어요”라는 말에 작가는 “저는 전시는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라고 대답했다. 그 대답 역시 마음에 들었다.

이번 이호진 작가의 사진 전시 <앤티크 강화도>는 오는 4월 26일까지 전시된다. 비도 그치고 오늘부터는 해가 맑을 예정이니 나들이로 아트플랫폼 창고 갤러리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강화도까지 가지 않아도 친절한 작가의 아름답고 낯선 강화의 사진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글/사진 문화통신3.0 시민기자단 이은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