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도에 핀 살구꽃
언제부터인가 4월이 되면 벚꽃을 보며 즐기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인천에도 벚꽃 명소가 여러 곳 있지만, 자유공원에는 경관조명까지 있어 낮과 밤에 보는 느낌이 다르기까지 하다.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보며 즐거워하는데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자유공원에서 바라다보이는 월미도에도 벚꽃이 많지만, 옛 기록을 보면 월미도는 살구꽃이 유명했나 보다. 게다가 조선왕조 시절의 일이다.
1880년대 후반에 인천에 와서 활동한 아오야마 고헤이(靑山好惠)라는 일본 사람은 1892년에 펴낸 『인천사정(仁川事情)』이란 책에 이렇게 썼다.
“섬 안에 살구꽃이 많아 봄 4월 무렵 꽃이 필 때 인천항에서 그걸 보면 일대가 붉은 노을 같다. 하얀 집 여러 채가 그사이에 점철하니 마치 그림 같다고 한다.”
살구꽃 핀 월미도를 찍은 사진은 찾을 수 없지만, 월미산 북쪽 능선을 따라 줄지어 늘어선 초가집에서 아오야마 고헤이가 묘사한 광경을 떠올려 본다.
월미도는 다채롭다. 사람에 따라 떠올리는 사건과 기억이 다르다. 요즘도 그렇지만 예전에도 월미도는 관광지로 이름났다. 인천명소라는 이름 아래 월미도 공원에서 노니는 사슴을 찍은 사진은 그걸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월미도에 기왕이면 벚꽃보다 살구꽃을 심으면 좋겠다. 몇 년 뒤에는 조선 시대 사람들이 본 것처럼 월미도에 활짝 핀 살구꽃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글 / 김락기(인천역사문화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