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거리에서 한마당의 축제로 – 2016 거첨뱅인영감굿 현장을 다녀와서

“거첨뱅인영감굿”은 황해도 강령 거첨 마을에서 행해진 풍어굿이다. ‘뱅인영감’은 최영 장군을 따라 들어온 하위의 신격이지만 고기를 잡게 해주는 능력이 다른 어떤 신보다 월등한 존재 또는 거첨 일대에서 중선배를 부리던 사람이 죽은 뒤 마을 사람들이 신으로 모신 것 등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가장 설득력 있는 해석은 외래신(外來神), 풍신(風神), 선장신(船長神), 풍어신(豊漁神)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무엇보다 조기를 낚는 일에 탁월하여 지역에서 주신(主神)으로 모셔지게 된 신이다. 거첨뱅인영감굿을 하게 된 연력은 아래와 같다.

“황해도 강령 거첨 대부분의 주민들은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50년 전 거첨에서는 고기가 잘 잡히지 않아 마을사람들이 매우 불안해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거첨의 바닷가에 웬 뗏목이 하나 떠밀려왔는데 마을사람들이 며칠을 지켜보아도 뗏목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뗏목을 타고 왔을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중략) 마을사람들이 뗏목에 가보니 사람은 보이지 않고 지게, 지게작대기, 패랭이, 지팡이, 짚신 등만이 있었다고 한다. (중략) 그리고는 배를 부리고 어업을 하는 사람들이 이 뗏목의 임자를 위해 대동굿에서 섬겨주기로 하였다. 거첨의 당에는 채일(최영)장군이라는 이 지역 출신의 장군을 모시고 있었기에 따로 당을 마련하지는 않고 뗏목이 닿았던 바닷가의 자그만 굴에 뗏목에서 발견된 지게, 지게작대기, 패랭이, 지팡이, 짚신 등을 넣고 뗏목 임자의 명복을 빌기로 하였다. (중략) 이렇게 거첨에서 뱅인영감의 굿을 하면서부터는 고기가 잘 잡혔다고 전한다.”

위의 연력 내용을 그대로 풀면, 죽은 뗏목의 임자의 명복을 빌어 주고 나서 마을에 고기가 잘 잡히자 이후 지속적인 굿을 통해 풍어를 기원한 것이다. 죽은 사람을 묻어주고 나서 마을에 풍어가 이루어졌다는 구전은 한국 바닷가 마을 곳곳에서 보인다. 결국 죽은 사람이 신으로 좌정된 사례를 거청뱅인영감굿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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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8일(토), 화도진 사랑채와 내사에서 2016 거첨뱅인영감굿(서해안굿)이 (사)황해도굿한뜻계보존회 주최로 열렸다.

굿거리에서 뱅인영감이 가장 먼저 하는 행위는 돌 또는 풀무더기를 구르고 다니는 것이다. 여기서 ‘뱅’은 ‘한 바퀴 도는’ 뜻을 가지기에 ‘뱅인’은 ‘구르는 사람’을 지칭한다. 따라서 뱅인의 명칭은 그 행위에서 따온 이름이다. 거첨마을에서 피난 온 사람들에 의하면 뱅인영감 신당은 절벽 아래에 있다고 한다. 굿을 할 때 무당은 절벽 아래 신당으로 굴러서 내려가는데, 이때 무당이 낙상하지 않고 다치지 않을 때 뱅인영감이 제대로 실린 것으로 여겼다고 한다. 굿거리에서 ‘뱅인영감’이 구르는 행위를 마치면 거첨 앞바다는 이미 황금빛이 나는 조기가 득실대는 황금어장으로 바뀌어 있다. 그물을 치기만 하면 조기를 쉽게 퍼 담을 수 있다. 그런데 뱅인영감은 인간에게 복을 내리는 선신(善神)이지만, 인간들이 자신에게 정성을 다하지 않으면 그 혜택을 인간에게 부여하지 않는다. 굿의 연행에서 뱅인영감으로 분장한 무당은 제물로 바쳐진 순대가 길이가 짧다고 탓하고 화를 내면서 나무란다. 그러면 어민들은 잘못했다고 손을 빌려 용서를 구한다. 신의 이중적 성격은 인간과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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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인영감은 직접 어부가 되어 조기를 몰아다 준다. 무당은 순대를 목에 걸고 그것을 닻줄인양 길게 바다에 늘어뜨리는 시늉을 한다든지 고사리감투를 쓰고 바다 속 안을 들여다보면서 어부의 조업 행위를 한다. 이것은 고기를 많이 잡기를 바라는 유감주술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고사리감투는 나무상자에 거울을 단 ’창경‘이라는 우리나라 전통 어구로 물고기의 이동을 관찰하는 도구이다. 이 대목은 ‘언덕을 구르고 도로 올라오는 행위’ 와 함께 연극적 요소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김매물 만신을 중심으로 한 <거첨뱅인영감굿>은 2005년 한국민속예술축제에 출전, 은상을 수상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김매물(1939년생)은 황해도 해주 결성 출생으로 6․25전쟁 때에 덕적도로 피난을 온 후 25살 때에 내림을 받고, 덕적도 국수봉 신령인 최영장군을 몸주신으로 모시고 있다. 38살에 인천으로 옮겨 신기촌에서 자리를 잡은 후 일면 신기촌 ‘매물이만신’으로 불리워지고 있다. 김매물은 현재 ‘꽃맞이굿’으로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제24호(2013.04.30)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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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도의 굿거리는 대개 24거리로 진행되는데, 이번 <거첨뱅인영감굿>은 10여 개의 굿거리로 진행되었다. 황해도굿은 신령을 불러서請神, 모시고奉神, 놀리어娛神, 보내는送神 4단계 절차에 의한다. 신을 부르기 위해서는 먼저 굿청을 깨끗이 정화하는 ‘신청울림굿’과 신을 굿당으로 모시는 ‘상산맞이굿’, 부정을 씻어내는 ‘초부정·초감흥굿’, 액운을 걷어내기 위해 영정각시를 대접하는 ‘영정물림굿’, 마을 주민의 명과 복을 기원하는 ‘칠성제석굿’, 재복을 기원하는 ‘소대감굿’, 뱅인영감을 모시고 만선을 기원하는 ‘뱅인영감굿’, 그리고 억울하게 죽어간 혼령들을 위로하고 먹거리로 대접하여 다시 돌려보내는 ‘마당굿’ 순서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뱅인영감굿은 황해도 대동굿, 꽂맞이굿 등에서 진행되는데, 대개 마지막 부분에 진행된다. 그것은 사슬세우기 과정을 끝내고 돼지의 내장과 간을 가지고서 굿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뱅인영감굿은 엄밀하게 말하면 황해도의 민속문화이다. 그러나 인천 시민 중 피난민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인천의 문화유산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황해도굿이 모두 그렇지만 공연 제목이 ‘거첨뱅인영감굿’일 뿐, 기본적인 굿거리에서 ‘뱅인영감굿’이 진행될 뿐이다. 따라서 뱅인영감굿의 내용을 보다 확장하고, 이 굿이 만들어지게 된 유래 등을 첨가하여 연극적 요소를 가미해야 할 것이다. 또한 무당이 단순히 굿거리를 진행하는 것이 아닌 일반 시민들과 어우러져 한 마당의 축제로 영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연학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

※ 거첨뱅인영감굿은 2016년 인천문화재단 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의 예술표현활동지원 전통 분야에 선정되었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정연학 학예연구관이 현장을 다녀와 남긴 생생한 보고서를 공유합니다. 앞으로도 인천문화통신 3.0에서 지속적으로 인천 지역의 문화예술현장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