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허름한 공간에 담긴 예술적 가치
인천여관x루비살롱의 세 번째 전시 <춒먕횺백화점>
인천여관x루비살롱을 찾아가는 길은 마치 ‘보물찾기’ 같았다. 가는 길 내내 스마트폰의 길 찾기 앱을 보며 찾아갔지만, 근처에서도 그곳을 찾아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답답한 마음에 인근 상가 주인에게 길을 물으려던 찰나 혹시나 걸어 들어갔던 비좁은 샛길에 인천여관x루비살롱이 있었다. 건물 사이의 샛길에 숨어있는 인천여관x루비살롱의 첫인상은 낡고 허름했다. 카메라 프레임 안에 담기 힘들 정도로 후미진 샛길에 자리한 이곳이지만 웬일인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인천여관X루비살롱은 버려진 낡은 여관을 카페로 새롭게 재구성 한 공간이다. 1960년대 지어진 여관건물이 10년 넘게 방치되자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원래 공간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스며있는 사연과 역사를 최대한 살려 뒀다. 본래의 구조 속에 금이 간 벽, 그 위에 벗겨진 페인트, 나무 창문틀에 묻어있는 시간의 흔적을 오롯이 보듬고 있다. 그 안을 채우는 것들 역시 공간에 스며있는 시간과 맥을 같이 한다. 이곳 공간 자체가 역사적 가치를 지닌 하나의 산물인 셈이다.
그러나 이곳의 더욱 특별한 가치는 단순한 카페를 넘어선 문화공간이라는 점이다. 카페라는 공간에 보다 적극적으로 예술적 가치를 담고 있다. 때로는 전시장으로, 때로는 음악공연장으로, 때로는 예술가들의 커뮤니티 장소로 활용되면서 직접적인 예술적 활동으로 채워지고 있다.
지난 2월 인천여관x루비살롱의 2층에서는 6인 작가의 그룹전으로 꾸려진 인천여관x루비살롱의 세 번째 전시 <춒먕횺백화점>이 열렸다. 인천여관x루비살롱의 2층은 예전 객실로 쓰던 구조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 매번 전시가 열릴 때마다 202호와 203호, 204호 세 방은 마치 새 손님을 맞이하듯이 색다른 예술적 가치들로 다시 꾸며진다. 이번 전시에는 뜨개, 패브릭, 자수, 양초, 일러스트 등의 다양한 형태와 질감의 핸드메이드 작품들로 채워졌다.
형형색색의 색감과 팝아트적인 연출이 돋보였던 202호의 전시는 소녀 감성의 아기자기하고 익살스러운 인형들이 유독 많다. 전시의 연출은 작가의 의도가 가미돼 있으면서도 결코 작위적이지 않다. 기존의 공간 구조물에 자연스럽게 작품들을 스며들게 했다. 옆방 203호는 좀 더 정제되고 차분한 느낌이다. 깜깜하고 조용한 밤 은은한 촛불에 의지하며 바느질을 하는 젊은 여인네가 살고 있을 듯한 연출이다. 관람하다 보니 작품마다 딸린 가격표가 눈에 띄었다. 실제 이날 전시 작품들은 현장에서 주문을 통해 구매할 수 있었다. 이쯤 되니 <춒먕횺백화점>라는 전시 제목의 연유가 짐작됐다. 춒먕횺백화점의 ‘춒먕횺’은 단지 글자 모양새가 예뻐서 만들었다는 인천여관x루비살롱으로부터의 후문이다.
마지막 204호의 전시는 인천여관x루비살롱 자체의 공간적 특성과 가장 잘 어울리는 연출이 아닐까 싶다. 낡고 허름한 여관방과 연식이 있는 오래된 가구들이 조화로운 앙상블을 이룬다. 열려있는 서랍장과 수납장들로부터 방주인의 세간들을 훔쳐보는 관음적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낡고 오래된 것이 오히려 새롭고 특별했다.” 인천여관x루비살롱을 찾은 사람들의 공통된 평이다. 시간의 흔적에 시대적인 공간연출을 덧입힌 이곳이 낯설면서도 매력적으로 다가오면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매료시킨 것이다. 앞서 말한 공통된 평의 해석은 ‘루비살롱’이라는 이름에서 이미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살롱(Salon)은 17~18세기 프랑스 상류사회에서 유행했던 귀족과 문학인들의 정기모임 또는 화가나 조각가들의 연례 전람회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는 곧 ‘인천여관x루비살롱’을 찾은 사람들은 단순히 옛것의 추억을 찾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러 오는 손님이 아닌 예술적 흥미를 탐닉하러 온 관람객임을 말해준다.
글·사진 /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정해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