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방네아지트 이야기5. 취향을 저격하는 동네책방 <홍예서림>

“시간이 지났을 때도 좋은 기억으로 남는 책방이길 바랍니다.”
– 홍예서림 김두연 대표 –

* ‘홍예서림’은 어떤 곳?
인천의 유형문화재 홍예문 근처에 위치한 동네책방이다. 인천에 몇 개 되지 않는 독립서점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책방주인의 취향에 따라 책을 큐레이션해 대형서점에서는 찾기 어려운 독립출판물과 문학, 시각예술서적들이 다양하게 배치되어 있다.

온라인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요즘에는 직접 찾아가지 않고도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 구매 대신 동네책방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오히려 최근 동네책방은 단순히 책을 팔던 과거의 서점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책방만의 매력을 형성해가며 더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대형서점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독립출판물을 취급하고, 다양한 강좌와 행사를 제공해 동네주민들의 문화공간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책방주인의 취향이 담긴 정성스런 큐레이션으로 사람들의 취향을 저격하기도 하는데, <홍예서림> 역시 그러한 책방 중 하나이다. 아이들의 아지트로 소개되었던 아프리카목공소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한 눈에도 아기자기한 느낌의 홍예서림이 보여주는 책의 세계는 대형서점에서 접하는 책들과 사뭇 다르다. 홍예서림은 주인장이 좋아하는 분야의 책, 섬세한 취향이 담겨있는 책들을 큐레이션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사람들이 대중적으로 즐기는 책도 물론 있지만, 김두연 대표님이 특히 좋아한다는 동화와 그림책, 시각예술서적들이 돋보인다. 대형서점에서는 구하기 힘든 소규모 출판사의 책과 개인이 제작한 책들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취향과 애정이 담긴 큐레이션 덕분에 홍예서림에 진열되어 있는 책들은 하나의 작은 전시회 같다는 느낌을 준다. 디자이너 출신의 대표님이 직접 구상한 예쁜 인테리어도 홍예서림만의 다정다감한 매력을 더한다. 

홍예서림의 다양한 책들 중에서도 김승옥의 <무진기행>과 디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은 동네책방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특별판 책이다. 두 작품은 대형 출판사 민음사와 동네책방들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추진된 ‘민음쏜살 × 동네서점’ 프로젝트의 쏜살문고 동네서점 에디션으로 제작된 책들이다. 인터넷 서점이나 대형 체인 서점에서는 전혀 판매되지 않으며, 프로젝트에 참여한 전국의 동네서점 130여 곳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나와 멀리 떨어진 곳이나 온라인 대신 동네 가까운 곳에서 특별한 책을 만날 수 있게 되었고, 더욱 많은 사람들이 동네책방에 찾아갈 이유와 계기를 제공하게 되었다.

엽서와 뱃지, 에코백 등 아기자기하고 앙증맞은 굿즈도 홍예서림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다. 최근 사람들에게 굿즈는 취향을 소비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인식되어 문화계 전반으로 퍼져나가는 중인데, 특히 출판계에서 책을 소재로 만들어진 굿즈 열풍이 뜨겁다. 김영하 작가도 굿즈가 탐나서 자신의 책을 주문했다고 고백하는가 하면, 사람들 사이에서는 ‘굿즈를 샀더니 책이 딸려왔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책을 사러 갔다가 뜻밖에 발견하고 구매한 굿즈는 마음에 드는 책을 찾았을 때 만큼이나 커다란 만족감을 준다. 책에 대한 기억을 굿즈를 보며 끄집어내고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굿즈가 가진 매력이다. 특히나 홍예서림의 굿즈들은 홍예서림 특유의 색깔과 너무나 잘 부합해 홍예서림을 찾는 이들의 취향을 더욱 충족시켜주고 있다.

홍예서림은 인천문화재단의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으로 ‘홍예 프레스 – 동네책방에서 나만의 책 만들어보기’ 동아리를 진행하고 있다. 대학생부터 주부, 출판업 종사자까지 다양한 구성의 사람들이 홍예서림을 동네사랑방 삼아 모여들었다. 독립출판 제작자와 독립출판사 관계자를 초청해 노하우를 듣기도 하면서, 나만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차근차근 만들어가는 중이다. 홍예 프레스에서 만드는 책은 전혀 거창하거나 복잡할 필요가 없다. 컴퓨터 프로그램 사용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수제작을 통해 책을 완성해도 되고, 진도도 자유롭게 진행하고 있다. 한 권의 내용을 전부 채우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엽서나 굿즈를 만드는 방식으로 나만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각자의 소중한 이야기를 책에 담아내는 과정인 만큼 주부는 반려견의 사진집을 만들기도 하고, 출판업 종사자는 독립책방투어에 대한 책을 제작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동아리원들은 내가 사랑하는 대상, 좋아하는 취미, 잊지 못할 추억 등을 이야기로 담아 진정한 내 책의 창작자가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동네방네 아지트 위크’를 맞아 이설야, 박세미 시인과 뮤지션 정밀아가 홍예서림을 찾았다. 시인들이 직접 낭송하는 시와 잔잔하고 서정적인 노래가 홍예서림을 가득 채우며 함께 한 사람들의 감정을 촉촉히 적셨다. 시민들을 모집하여 조직한 ‘동네방네 아지트 산책단’도 홍예서림을 방문했는데, 다들 홍예서림의 특별한 책들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시간가는줄 모르는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홍예서림을 나올 때 책과 굿즈도 한 가득 구매해갔다는 후문. 동네방네 아지트 산책단 외에도 ‘길 위의 인문학’이란 도서관 프로그램으로 지역주민들이 찾아오는 등 홍예서림은 우리동네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랑방이자 아지트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10년 전 경복궁 근처에서 방문했던 책방에 대한 기억이 너무 좋아서 언젠가 책방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는 김두연 대표님. 오래 전 꿈꾸었던대로 홍예서림만의 분위기와 책이 좋아서 이 곳을 찾으시는 분들과 함게 취향을 공유하고 나누며 즐거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날씨가 좋은 날 오후, 하루를 마무리하는 퇴근길, 힐링이 필요한 주말에 홍예서림이 보여주는 다채로운 책의 세계에 흠뻑 빠져보는게 어떨까. 

 

사진, 글 / 생활문화팀 김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