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석동, 우리 동네 전시회

우리 동네, 그곳에 사는 사람들, 길고양이들이 전시의 주제가 된다면 어떨까? 우리가 매일 출근길마다 지나가던 골목길부터 항상 나무 평상에 같은 자리에 앉아계시는 동네 어르신, 유난히 나를 잘 따르는 앞집 강아지까지 모두 지난 11월 7일 우리미술관에서 오픈한 <만석동 전설의 시작> 전시에서 보았던 모습들이다. 살아있는 만석동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이번 <만석동 전설의 시작> 전시는 우리미술관이 2017년 작은 미술관 조성 운영 사업 공모에 제출한 사업 계획을 바탕으로 기획되었다. 전시는 총 기획자 백승기와 전시 작가 임기웅, 유재윤, 최세진의 3명의 작가들의 개인작품들로 이루어졌다.  

백승기 기획자는 유년시절을 만석동에서 보냈다. 동네는 만석동이 최고라고 말하는 그에게 만석동이란 유년시절을 보낸 곳 그 이상의 애정 어린 공간이다. 그래서 2014년에 개봉한 <숫호구>를 비롯한 작품들이 만석동을 영화의 배경으로 삼고 있다. 백승기 기획자는

“만석동하면 항상 가난한 동네라는 인식, 우스갯소리로 만석동은 소개팅이 안된다 등 만석동에 대한 부정적인 말들이 싫었어요. 만석동에도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그래서 만석동을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로 탈바꿈하고 싶었습니다.” 

라고 이번 전시의 의의를 밝혔다. 가난한 동네라고 불리던 만석동은 사실 산업화 시기부터 여러 지방 사람들이 일터를 찾아 모여살던 인천의 복작복작한 사람 냄새나는 동네였다. 만석동은 1990년대 초 작은 해안가 마을이었으나 산업화 시기 이후 전체 면적의 60%가량이 공장용지 조선소, 목재공장, 보세창고 등의 지어져 각기 다른 지역에서 온 많은 사람들의 생활의 터전이었다. 그러므로 만석동은 각기 다른 것들이 한자리에 모여있어 다양한 사람들과 사연을 가지는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만석동의 이런 정체성을 엿볼 수 있는 동네를 살아가는 삶의 주체인 주민들, 동물들 그 밖에도 만석동의 풍경 등이 한데 어울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시장의 입구에서 첫 번째로 본 작품은 작가 최세진의 드로잉 작품들이었다. 그는 “있는 그대로의 만석동”이라는 주제로 만석동의 곳곳을 거닐면서 관찰하고 발견한 이야기와 풍경들을 여러 장의 드로잉으로 제작했다. 종이와 연필을 도구로만 사용한 스케치는 정교하다 못해 만석동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사실적이다. 만석동 골목 어딘가 먹이를 찾아다니는 길고양이부터 만석동 공장 벽면, 동네 건물들까지 만석동의 모습을 연필의 터치만으로 그대로 묘사했다.

다음으로 소개할 작품은 전시장 중앙에 설치되어 눈길을 끌었던 작품인 영상작가 임기웅의 만석동 마을 스케치 영상이다. 그는 “만석동의 새로운 호기심”이라는 주제로 괭이부리마을 동물에 대한 어르신, 학생, 동네 주민들의 인터뷰와 동물의 시점에서 본 마을을 스케치 영상으로 기록했다. 

차 밑에 숨어있는 길고양이들부터 지금은 자주 봐서 친숙한 우리미술관 골목길 입구 강아지까지 밀착 취재로 촬영한 것이 인상적이다. 도시에 함께 살지만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친 동물들을 도시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며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으로 영상에 담았다. 영상에는 동물들의 시선으로 본 만석동의 모습들이 담겨있다. 작가가 만석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부둣가 노란색 줄무늬고양이부터 차 밑 검은 점박이 길고양이까지 만석동의 동물들을 동물들의 눈높이에서 촬영해 영상으로 담은 것이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감상했던 유재윤 아트토이 작가의 전시물이다. 작품은 작가가 “만석동으로 다양한 상상”이라는 주제로 만석동을 둘러보며 만났던 공간과 주민들의 모습에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모습의 만석동 주민들을 퀼트를 재료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그중 <만석동 비밀의 주민들>이라는 작품은 만석동에 살고 계신 할머니 4분의 모습을 귀여운 퀼트로 제작한 전시물이다. 필자가 이 작품들이 더 흥미로웠던 이유 중 하나는 각각의 작품 밑에 달린 재치 있는 대사들이었다. 작품들 중 <만석동 비밀의 주민들>의 작품의 대사는 아래와 같다.   

“우리가 늘 마을 어딘가에 앉아있는 건 심심해서가 아니야. 흑장미 포의 손주가 학교에서 자전거를 도둑맞았다. 범인은 분명히 동네를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네가 누군진 몰라도 우리는 찾아낼 것이다. 그리고 버르장머리를 고쳐주지…” 

문구에서 보았듯 이름하여 흑장미 원, 투, 쓰리, 포 멤버의 별칭부터 재치 있다. 동네 어디를 가나 마을 어귀에 항상 앉아계시는 어르신들에게서 손주의 자전거 도둑을 잡겠다는 숨은 취지와 이야기를 발견한 것 또한 흥미롭다. 손주의 자전거 도둑을 잡기 위해 동네 어귀에 앉아 범인을 벼르고 있는 모습을 퀼트 소재로 귀엽고 아기자기하게 형상화한 점 또한 작품의 감상 포인트이다. 그 밖에도 초록색 좀비 모습을 한 유랑객 이 군(20세) 무직의 모습부터 그 좀비를 목격하고 파랗게 질린 유량객 최씨(73)까지 귀여운 상상력으로 그려진 만석동 주민들의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만석동 전설의 시작> 전시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시에서 만석동에 사는 삶의 주체들에 대한 작가들의 애정 어린 시선과 세심한 관찰이 느껴졌다는 것이다. 또한 만석동 주민, 동물, 풍경 등을 전시의 주제로 삼아 만석동을 이끄는 삶의 주체가 누구이며 그들의 만석동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주체들인지에 대해 알게 해주었다.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이후 작가들과 주민들이 함께 진행할 전시연계 주민참여프로그램을 통해 주민 스스로가 동네의 새로운 이야기와 정체성을 창조해 낼 수 있도록 하는 지속적인 발판이 마련되었다는 점 또한 이번 전시의 의의 중 하나이다. 이번 전시로 인해 외부인들은 만석동의 기존의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주민들은 동네의 자부심을 갖고 다시금 괭이부리말마을 그들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글, 사진 /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최승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