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기 전 베스트셀러 『추월색』

지금부터 한 세기 전, 장안의 지가를 높인 소설들이 본격 등장하기 시작한다. 일제의 강제병합 뒤 ‘신소설’의 생명력이 다하면서, 흥미 위주의 통속소설들이 당시 대중들에게 크게 사랑받는다. 이수일과 심순애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장한몽과 춘향전을 새롭게 해석한 옥중화 등이 1910년대 독자들에게 열광적으로 읽힌 작품들인데, 이들은 울긋불긋한 표지의 딱지본이라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추월색도 이 시기를 대표하는 딱지본 대중소설로, 1910년대 베스트셀러의 첫 테이프를 끊는 작품이다. 일본 토쿄의 우에노공원이라는 당시로선 파격적인 국외 공간에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어려서 정혼한 두 남녀가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결연에 성공한다는 것을 큰 내용으로 한다. 정혼 남녀의 결연이라는 상투적 구조로 되어 있지만, ‘신식(新式)’ 결혼식, 양복 입고 떠나는 신혼여행 등 당시로선 매우 낯선 신문물이 작품 곳곳에 등장한다. 이는 위 사진에서 알 수 있듯, 작품의 첫 장면의 공간인 일본 토쿄 우에노 공원의 불인지(不忍池) 연못을 표지로 했다는 점에서도 매우 상징적이다. 한국근대문학관에는 이 작품이 1책 소장되어 있는데, 판수가 무려 18판(1923)이라는 점에서 당시 엄청나게 읽힌 작품임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글/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 학예사 함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