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도시 종합발전계획, 도시를 문화로 바라보는 계획 되어야

2016년, 인천광역시는 문화도시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한다고 발표했다. 2003년과 2010년에 이어 인천광역시가 본격적인 의미에서 세 번째로 종합적인 문화 계획을 수립하는 셈이다. 특히 이번 계획은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이후에 세워지는 첫 번째 계획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이전과는 다르다. 지역문화진흥법의 제정은 기존의 문화예술진흥법에 덧붙여 지역의 주민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생활 문화가 문화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주체라는 것을 제도화한 것이기에 문화계획 역시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이전과 이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1이번 계획은 문화지표조사 등 인천의 문화 현황조사와 문화도시 종합발전계획 수립이라는 두 개의 과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이전에는 지표조사가 선행되고 그 결과를 고려하면서 다음 해에 종합계획을 수립했는데 이번에는 지표조사 및 계획 수립이 동시에 추진되는 방식이다. 문화지표는 한 지역의 문화적 현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드러내고 그 결과에 따라 문화정책이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문화시설과 인력, 프로그램, 재원, 지역 축제, 시민 문화향유실태와 문화수요 등 광범위한 조사가 문화지표조사 범위 안에 들어간다. 그러다 보니 지표조사만 하더라도 상당한 시일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번 계획은 두 과업이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부분이 있으므로, 집중적인 조사와 토론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 기존의 문화지표 조사 항목이 이번 기회에 일부 조정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전까지는 단순 항목 중심의 조사였다면 이번에는 지표간의 연계성을 강화하여 문화의 창조와 소통, 환류 등이 연관된 통계 수치로 나타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근 문화생태계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는 현실에서 문화지표 역시 이를 고려한 형태로 변경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얼마나 많은 신규 프로그램들이 인천에서 생산되고 그것이 시민들에게까지 전달되는가, 혹은 전달되지 못하는가’가 일목요연한 체계로 드러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문화생태계’라는 관점을 문화지표 전체 영역에 즉각 도입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그런 시도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적어도 문화의 특정 영역을 시범적으로 선정하여 이런 생태계적 관점을 도입한 지표조사가 이뤄지길 바란다.

두 번째, 이번 계획은 명확히, 그리고 의식적으로 도시 전체를 문화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관점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인천에서 수립된 기왕의 계획들에서도 이런 점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인천광역시 문화예술 중〮장기종합발전계획」(2003)이나  「인천 문화도시 기본계획」(2010), 그리고 2010년 계획의 액션 플랜 격인  「민선5기 인천광역시 문화예술기본계획」에도 그런 고민이 녹아있었으나 그것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즉 이것이 문화예술의 행정 단위나 예술 진흥 계획으로 기능하기보다는 도시 전체를 문화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종합계획의 성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0년에 수립된 계획의 명칭이 ‘문화도시 기본계획’이라는 타이틀로 나온 것은 그런 문제의식이 작용한 것이기는 했으나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문화는 단순히 예술진흥이나 문화기반 시설만의 문제는 아니다. 문화가 특정 영역으로 구획되고 분류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시를 문화적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사고하고 이해하는 관점이 바탕이 될 때 문화도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정책 당국이나 정책 결정권자들 역시 이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따라서 이번 계획 수립에 그런 점이 보다 더 명확히 강조되고 실제 내용 역시 그렇게 작동될 수 있도록 구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더 이상 인천광역시의 특정 부서에게만 해당되는 계획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계획 수립의 과정이 보다 더 개방적이고 보다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방식이어야 할 것이다. 인천의 문화역량을 모으는 것은 물론이고, 전문가, 활동가, 문화행정의 담당자, 시민들까지 이 계획 수립에 참여하는 틀을 만들고 논의 과정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문화도시에 대한 문제의식의 폭넓은 공감대가 마련될 수 있다. 영역별, 세대별, 지역별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이를 워크숍이나 위원회 형태에서 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내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렇게 된다면 이번 보고서는 지역 내외의 폭넓은 지지는 물론, 지역문화진흥법에서 요구하고 있는 지역문화진흥 시행계획 수립에도 내용적인 도움이 될 뿐더러 구체적인 정책 수립과 집행에서도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인천에는 그럴듯한 비전이나 미션, 사업들로 잘 포장된 보고서보다는 조금 부족하더라도 보다 많은 이들이 참여하는 것은 물론 공감하는 계획이 필요한 때다. 또한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문화계획으로 인정받고, 앞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현식/인천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