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드는 청년문화정책
인천청년 오픈컨퍼런스
지난 9월 23일 토요일, 인천아트플랫폼 C동 공연장 앞에는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는 내용의 요상한 포스터들이 나붙었다. 인천문화포럼 청년분과의 첫 행사 ‘인천청년 오픈컨퍼런스’가 열렸던 당일은 소행성 ‘니비루’가 지구와 충돌한다는 루머가 떠돌던 날. ‘오늘 지구가 멸망해도 청년 문화 정책을 만들겠다.’는 청년들의 포부가 담겨있었다. 인천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이날 행사는 밴드 경인고속도로의 공연으로 문을 열었다. 청춘들의 심정을 노래한 가수 김광석의 노래 메들리를 연주했다. 1부에서는 인천문화포럼 청년분과 백지훤 위원장이 기조발제를 통해 인천문화포럼 청년분과에서 기획한 포럼들을 소개하고, 포럼을 기획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진 ‘오픈마이크’ 순서에서는 공개발언을 신청한 청년 8인이 각 2분씩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2부는 오픈컨퍼런스의 형식으로 똑똑도서관 김승수 관장이 진행했다. 처음 만난 청년들이 보다 편한 분위기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서로의 눈을 마주보고 얼굴을 그려주며 알아가는 소개 시간으로 2부를 시작했다. 본격적인 오픈컨퍼런스에서는 전체 참가자가 동그랗게 둘러앉아 논의할 주제를 도출했다. ‘인천의 청년들이 활발하고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활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포스트잇에 적은 뒤 돌아가면서 발표하고 비슷한 주제들을 연결했다.
첫 번째 주제는 청년 자치 위원회를 만들어 정책이나 지원제도를 만들 때 청년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해당 테이블에서 논의를 나눈 이영은 씨는 ‘지원사업을 받아서 진행하다보면 컨설턴트가 와서 조언을 해주는데, 그 컨설턴트조차도 우리가 정할 수 없고 이미 정해져 있는 사람에게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 아무 접점이 없는 사람에게 컨설팅을 받으니 필요한 조언을 받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시험관 앞에 선 기분이 든다.’고 지적했다. 또한 ‘표준계약서 없이 담당자의 임의로 인건비가 책정되는 부분도 제대로 된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고 명확한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주제는 단계별 지원 사업을 만들자는 주장이었다. 대부분의 지원사업, 특히 문화예술교육의 경우 청년과 기성세대를 동일선상에 올려놓고 심사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많은 청년들이 본인들의 기획을 실행하기보다 기성세대가 기획한 사업의 실무를 맡으며 소모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청년들이나 입문자를 위한 지원 사업을 만들고 기획서와 정산 절차를 간소화하며 행정의 언어를 익힐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는 논스톱 지원체계, 가칭 ‘슈퍼스타 인천’을 만들자는 주장이었다. 다소 파격적인 이 주장은 예술가를 지원하는 단체나 기관이 많지만 한 곳에서 지원을 받으면 다른 곳에서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제약에서 출발했다. 백승기 감독은 ‘영화를 예를 들면 기획단계, 제작단계, 촬영과 상영까지 다양한 기관들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그 모든 지원을 끊임없이 받을 수 있는 지원 사업은 없다. 조금 더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원 사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시범사업을 제안했다. 논스톱 지원을 원하는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경쟁에 참여하고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도록 하고, 선정된 예술가에게 모든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백승기 감독은 ‘이러한 시범사업으로 시나 행정이 합심하여 아티스트를 성장시키는 경험을 하게 되며, 청년들도 인천에서의 작업 가능성을 인지하게 될 수 있을 거’라고 주장했다.
네 번째 주제는 청년 예술가와 대중의 소통이었다. 이선빈 씨는 ‘인천에서 많은 예술가들이 작업을 하고 행정에서 재정적인 지원도 많이 하지만 대중이 작업을 알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주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고 정책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인천에서 활동하며 인천의 지형을 잘 알고 있는 기획자가 온라인 플랫폼을 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인천문화포럼 청년 분과는 이번 오픈컨퍼런스에서 도출된 주제들을 중심으로 10-11월 각 주제에 대해 연구하는 소모임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연구하고 논의한 내용들을 12월 인천청년문화포럼에서 다른 청년들과 공유하고, 이를 정리된 정책의 형태로 시에 제안할 계획이다. 인천문화포럼 청년분과에서 제안하는 정책에 더 많은 청년들의 목소리가 담기고 더 많은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인천 청년 문화예술인들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글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인천문화포럼 청년분과 위원 김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