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멍때릴 날! 멍때리기 대회, 세계로 나아가다.2
6월1일 발행되었던 인천문화통신3.0 22호의 지구별문화통신에 실렸던 <전세계가 멍때릴 날! 멍때리기 대회, 세계로 나아가다.> 후속편으로 8월 27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개최된 <제4회 국제 멍때리기 대회>를 소개합니다. 본 행사는 인천문화재단의 2017 국제교류지원사업에 선정되었습니다.
2017년 8월 27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제 4회 국제 멍때리기 대회가 개최되었다.
유럽에서의 첫 대회라는 타이틀처럼 어쩌다 이 대회가 유럽에까지 건너가게 되었는지 새삼스럽게 놀랍다.
비영리 공공미술 단체인 로테르담의 Frank foundation(프랭크 파운데이션)이 우리를 로테르담에 초대한 주최다.
로테르담은 실험적인 퍼포먼스가 많이 열리는 도시로, 멍때리기 대회 역시 그러한 부분에서 로테르담에 소개되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것이 그들의 의견이었다. 풍차와 치즈로만 알고있는 낯설고 동화같은 나라의 이미지만 가지고 있던 터라, 실험적인 퍼포먼스가 많이 열리는 도시라는 로테르담의 소개는 설레이고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인천문화재단의 국제교류지원 사업을 통해 주춤하던 진행은 급물살을 타고 빠르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프랭크파운데이션도 멍때리기 대회를 위해 팀을 꾸렸고, 우리도 한국에서 준비할 것들을 준비해 나갔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순풍에 돛을 단 듯 마냥 쉬이 흘러간 것은 아니었다.
각자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문화에다가 그 동안 대회에 사용한 물품을 현지 조달 가능한 것으로 대체하기 위해 적당한 것들을 찾아내는 것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다.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종종 발생했고, 일은 느리게 진행되곤 했다.
더욱이 시차때문에 이곳에서 한참 일할 시간이면 그들은 잠을 자야 하는 시간이어서 고작 하루에 4-5시간정도 제대로 소통을 하고, 나머지는 이메일을 통해 천천히 진행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시간은 흘러갔고 진행은 속도가 붙지를 않았다.
해외에서 진행되는 멍때리기 대회 업무를 도와주고 있는 사부장(사승현)과 나는 8월 16일 출국해서 17일부터 열흘가까이 대회를 위한 준비를 현지에서 하게되었다.
실제 함께 진행하던 현지 스텝들과의 만남은 이메일과 메신저로 소통하던 때보다는 조금 덜 답답했지만, 현지에서 겪어야 할 또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이 생기기도 했다.
현지에서도 우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4회 국제 멍때리기 대회 홍보물을 꾸준히 업로드하고, 홍보를 위해 현지 스텝들과 플라이어를 뿌리기도 했다. 그리고 운이 좋게 전국방송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에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을 때에는 정말 뛸 듯이 기뻤다.
게다가 생방송 인터뷰였기 때문에, 해당 시간 전까지 몇개의 문장을 외워서 짧게 인터뷰에 응했다.
대회명 ‘Space-out competition’은 우리말 ‘멍때리기 대회’처럼 제목 자체로 사람들이 쉽게 대회의 의미를 파악하고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사람들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러면서 대회가 가지고 있는 메세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었다.
대회를 치루기 전, 대회 전반에 대한 설명을 하고 스텝들에게 각각의 역할을 지정하고 역할에 대한 설명을 해야하는 전체 스텝회의에는 한국어, 영어, 네덜란드어, 이란어가 난무하는 다소 복잡한 상황에서 진행이 되었었다. 이 또한 유럽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웃기고도 험난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롤러코스터같은 열흘을 보내고 마침내 대회 당일이 되었다. 긴장감, 불안감, 기대감이 뒤섞인 복잡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았다. 현지 스텝들도 이른 시각부터 대회 준비로 분주했다. 주문한 물건들이 하나둘 대회 장소인 Schowburgplein(스카우부르크플레인)이라는 광장으로 도착했고, 우리도 한국에서부터 준비해온 물품들을 챙기고 무대를 만들고 경기장을 만드느라 정신없이 없었다.
대회는 오후 3시부터 시작이지만 2시부터 이미 출전 선수들은 현장에 많이 와 있었고, 대회를 즐기려는 모습들이었다.
‘각자 자신의 직업에 관련된 의상’을 입고 오라는 공지에 충실하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을 말해주는 의상들을 입고 왔다. 대학 졸업의상을 입은 사람, 안전모를 쓰고온 건설업자 또 곤충을 채집을 하는 도구를 챙겨 온 사람들을 포함해 여러 코스튬을 장착하고 왔다.
그들의 모습을 보니 대회는 무리 없이 잘 진행 될 것이라는 안도감이 생기기도 했다.
롤배너를 통한 소리없는 진행을 하는 퍼포먼스와 멍때리기체조라는 사전 행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대회가 시작이 되었다.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진지했고, 우승을 하려는 목표보다는 즐기는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관객들도 광장의 인조잔디 위에서
편하게 앉거나 누워서 대회를 관전했다. 관객도 선수도 모두 멍때리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편안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잡히고 화창한 날씨는 그런 무드를 더욱 빛나게 해주었다. 90분간의 멍때리는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은 종료를 알리는 휘슬소리에 요가매트위에 드러눕거나 만세를 부르기도 했다. 멍때리는게 쉽지 않았었다는 의미였을까.
유럽에서의 대회답게 수상자들도 다양했다. 1위와 스페셜상은 네덜란드 현지인에게 돌아갔고, 2위는 한국인 예술가 그리고 3위는 아프리카 출신의 여성에게 돌아갔다. 1위에게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모양의 황금색깔 트로피와 다음 대회 개최지에 초대권(항공권 및 숙박권)이 주어진다.
특히 초대권을 수여하는 이유는, 다음 우승자에게 전 대회 우승자가 직접 트로피를 전달해주는 ‘전통’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4회 대회 우승자는 10월에 개최 될 제 5회 국제 멍때리기 대회를 위해 대만 타이페이 초대권이 주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트로피를 주고, 항공권과 숙박권으로 다른 나라에 초대되어지는 것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그 또한 이 대회가 가진 매력일 것이다.
멍때리기 대회는 바쁜 도심의 공간에서 개최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멍때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집단과 바쁜 사람들의 시각적 대조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기 때문이다. 즉, 참가 선수들은 가장 요란한 장소에서 아이러니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모습을 대회장 밖 사람들에게 보여주게 된다. 선수들은 대회 자체를 위해 열심히 멍때리는 경기를 치루지만 한편으로는 관객에게는 멍때리는 퍼포머로 보여지게 된다.
경기장 안과 밖에서 각자 다른 시선으로 이 대회를 보고 느낄 수 있다. 그 모든게 하나로 엮여 멍때리기 대회를 완성하는 것이다.
대회가 끝나고 참여했던 선수 중 몇몇은 이 대회가 가진 의미에 대해 크게 공감하고 격려하는 말을 건냈다.
굳이 긴 설명이 뭐가 필요할까. 멍때리기 대회는 그 이름 자체로 모든게 설명되어지고 있었다.
지난 호 <멍때리기 대회 세계로 나아가다> 다시 보기 ▶
글/ 웁쓰양
사진제공/ 웁쓰양컴퍼니
웁쓰양은 <도시놀이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에서 예술과 결합된 소비없이 놀이할 수 있는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